◎바쁜 움직임속 45분 지각 발표내용 “평범”/청와대 메시지 오가는 등 내부 진통 모습도한총련의 연세대 시위·농성사태가 8일째를 맞은 19일 하오 5시55분께 강형석 총리공보보좌관이 기자실을 찾아 다급한 목소리로 『이수성 총리가 한총련 사태와 관련한 모종의 정부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알려왔다.
이에앞서 하오 4시께 이부영 부총재 등 민주당 의원단이 이총리를 방문, 인도적 차원에서의 사태수습을 요청했고 재야출신 등 야당의원 32명도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대검 역시 아직은 주동자엄벌쪽에 무게가 있었지만 『자수하거나 개전의 정이 뚜렷한 학생에 대해서는 최대한 관용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이 때문에 총리실 주변에서는 한때 『연세대에 집결해있는 병력을 철수, 일단 농성을 해산한뒤 사태를 수습하는 획기적인 조치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오갔다. 형식도 단순한 발표문이 아닌 「대국민 담화」일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이는 이총리 자신이 학생들과 더불어 30여년을 지내온 교수출신인데다 80년 「서울의 봄」 당시 학생들 편에 섰다가 공안당국에 끌려가 고초를 겪기도 했던 전력을 의식한 예상이었다.
이총리는 민주당의원들과의 면담에서도 『어떠한 죄를 지어도 내 학생 내 국민이고 자식은 죽을 죄를 지어도 자식』이라며 『(한총련 사태로 인해) 편히 잠을 못잘 정도로 고민하고 있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학자 출신인데다 정부의 책임자로서 명백한 일부 친북·극렬폭력행위를 눈앞에 두고 법을 무시한 관용만을 베풀수는 없는 형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총리실은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다. 당초 발표는 하오 6시15분께로 예정됐다. 담화인지 발표문인지 여전히 불분명한 상황에서 발표예정시간은 6시30분으로, 다시 7시로 늦춰졌다. 문안작성이 진통을 겪고 있다는 추측이 나온 것은 당연했다.
이총리가 직접 문안을 작성하고 있다는 말만 흘러 나오는 가운데 송태호 총리비서실장 등 참모진은 대검 발표자료를 챙겨 이총리에게 보여주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청와대와도 모종의 메시지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들은 한총련사태 수습방안을 놓고 정부내에서 일종의 「보혁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기도 했다. 「비둘기파」와「매파」간의 의견다툼이 분분 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하오 7시가 되어 이총리가 직접 낭독한 것은 특별담화가 아니라 발표문이었고 내용 역시 기존의 정부입장을 되풀이 한 수준이었다.
다만 눈에 띄는 대목은 발표문이 주동자 및 극렬행위자 엄벌이라는 일관된 정부 입장 보다는 단순가담자들에 대해 관대한 처분을 약속하는 것과 함께 즉각적인 농성해제를 「호소」하는데 무게를 싣고 있었다는 점이다.<홍윤오 기자>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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