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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칼륨비료·식품가공기계·비알코올음료…/“수출 불황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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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칼륨비료·식품가공기계·비알코올음료…/“수출 불황 몰라요”

입력
1996.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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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장 개척·품질 개발로 올 상반기 100%이상 신장세「불황은 없다」. 자동차용휘발유 칼륨비료 식품가공기계 배전제어장치 운반·하역기계부품 비알코올성음료수등 10여개 품목은 올 상반기중 100%이상의 수출증가를 기록, 최근 수출부진에 빠진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등 주력업종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올들어 7월까지 국내 수출은 752억1,100만달러, 수입은 855억9,700만달러. 이에 따라 무역수지적자는 103억8,600만달러로 당초 예상한 70억달러를 크게 넘어섰다. 때문에 이 상품들은 규모는 작지만 돋보인다. 관련업계와 한국무역협회가 꼽은 비결은 해외마케팅 강화에 따른 신시장개척과 품질개발.

자동차용 휘발유는 올 상반기중 수출실적이 2,400만달러에 달해 전년 상반기에 비해 무려 5.6배 증가했다. 올 4월부터 일본의 석유류 수입자유화로 고품질의 한국산을 찾는 일본기업이 늘어난데다 국내 정유사들이 싱가포르시장 신규개척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유공은 일본 이토추(이등충) 상사 전국농업협동조합(전농) 등과 휘발유 17만500배럴 판매계약을 체결, 올 3월 3만4,500배럴을 선적했다. 올해 수출예상물량은 70만3,000배럴. 유공은 90년 도쿄(동경)에 지사를 설립해 시장조사를 해왔고, 작년 4월 전농측에 시제품을 보내 품질을 인정받은 것이 수출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내 휘발유가격은 국내에 비해 1.5배가량 비싼데 유공은 가격경쟁력이 있는 휘발유로 일본시장을 공략한뒤 경유 등유등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LG칼텍스정유도 일본석유와 재팬에너지에 7만3,000배럴의 휘발유를 수출, 일본시장에 진출했다.

채소류와 과일등 재배에 쓰이는 칼륨비료도 올 상반기중 1,100만달러어치가 수출돼 521.1%의 수출증가율을 보였다. 주경쟁국이던 필리핀의 내수증가로 수출단가가 상승했고, 중국시장을 공략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경기화학은 일본내 비료회사 2곳이 생산을 중단하자 곧바로 시장공략에 나서 올 상반기중 지난해 실적을 달성했다. 남해화학은 (주)대우를 통해 양대시장을 개척,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3%가량 늘어난 68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비알코올성 음료수도 러시아 특수에다 일본시장내 과즙음료판매 호조로 5,300만달러어치를 수출, 지난해보다 1.3배가량 늘었다. 제일제당은 국내에서 인기를 모은 「솔의눈」15만캔을 미국 LA와 뉴욕에 수출한데 이어 내년부터 미국 전지역을 대상으로 200만캔을 수출할 계획이며 중국 대만 동남아 등지로의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주조설비장치도 대미수출호조와 태국시장 개척으로 2.3배, 비누는 소말리아 지부티등 후진국 시장개척전략이 실효를 거두며 2.2배, 지난해 우즈베키스탄의 특수가 종료돼 수출이 부진했던 엘리베이터 에스칼레이터 등 운반 및 하역기계 부품도 싱가포르 및 인도네시아 시장공략으로 1.2배가량 수출이 늘었다.

이밖에 버튼식 전화기는 생산업체들이 품질개발에 힘쓴 결과 유럽 및 일본시장에서 가격에 비해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년대비 1.4배 증가한 8,800만달러 수출을 기록했고, 건설업체들의 경우 (주)대우건설부문이 작년 상반기보다 8배가량 많은 1조7,340억원의 해외수주를 달성하는등 해외수주액이 크게 늘어났다.

무협 유인열 무역조사부장은 『이들 상품은 품질향상과 신시장 개척등을 통해서 수출부진을 타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며 『장기적으로 수출확대를 꾀하기 위해선 환율조정 등 구조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철강·유화는 수출 “허우적”

눈에 띄는 몇몇 상품의 분발에도 불구하고 수출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관세청과 무협에 따르면 7월중 수출(통관기준)은 101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3.6% 줄었다. 수출이 감소한 것은 3년반만에 처음이다. 최근 수출둔화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주원인은 반도체 등 주력상품의 국제가격폭락과 이에 따른 수출부진. 반도체는 국제가격이 6월 16메가D램 개당 11∼13.5달러에서 7월엔 9∼11달러가 더 떨어져 30%이상 수출이 줄었다. 철강 석유화학도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수요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해 각각 27.7%, 8%씩 줄어 들었다. 경공업 수출은 6월 6.3% 감소에서 7월들어 9.1% 증가로 회복됐지만 수출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같은 수출부진 여파는 수출창구인 종합상사에서 감지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반도체 수출가격 폭락등에 따라 올 수출계획치를 196억달러에서 165억달러로 축소조정했다. 현대종합상사도 반도체의 수출목표 달성 차질액을 반영, 수출계획을 180억달러에서 160억달러로, LG상사는 100억달러에서 94억달러로 줄여 잡았다. (주)대우와 (주)쌍용이 목표치를 상향조정한 게 신선한 화제가 될 정도로 올 한해 수출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물론 올 상반기 수출증가율은 11.8%로 일본(8.6%) 중국(8.2%) 대만(6.4%)등보다 높아 수출둔화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업계가 ▲새로운 수출상품 개발 ▲신시장 개척 ▲가격 및 품질경쟁력 강화 등에 나서고, 정부도 경제의 거품을 빼고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며 반대의 경우 부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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