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침은 무장간첩의 휴대품으로 낯익은 「흉기」다. 이 독침이 중국 연길(옌지)시에서 발생한 기아자동차 박병현 이사의 피살사건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아 놀라움이 크다. 현재로는 북한의 범행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연변(옌볜)지역이 한국인에겐 치안의 사각지대임을 이 사건은 말해 주고 있다.지난해 7월 안승운 목사가 북한에 납치된 곳도, 지난달 30일 소설가 김하기씨가 술에 취해 두만강을 건넌 곳도 바로 연길시다. 그밖에 한국인 체류자나 여행객들이 피살되거나 강도 등을 당한 일이 수없이 많다. 언제까지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어야 하는지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조선족 80여만명이 살고 있는 연변지역은 북한에 인접해 있는 지리적 특수성에다 연길시에만 북한계 교포가 1천여명이나 살고 있고 북한계 식당도 여러곳이 있어 한국체류자나 여행객에 대한 납치 등의 위험성이 항상 지적돼 왔다. 여기에 중국의 폭력조직까지도 이들을 노리고 있다.
이처럼 치안이 불안한데도 한국관광객 등은 즐비한 한글간판과 한국말이 통하는 현지 사정때문에 긴장감을 풀게된다. 북한과 중국의 폭력조직은 이 틈을 파고들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다.
해외에 나가면 자신의 안전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하지만 이를 보호하려는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다. 특히 해외에 진출한 기업과 기업인들의 보호는 국가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박이사 피살사건이나 스리랑카 반정부 게릴라들의 한국통신의 현장사무소 등에 대한 수류탄 공격은 이러한 점에서 심각한 사태라고 할 것이다.
현재 기업의 해외진출은 계속 늘어날 추세에 있다. 여행객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많이 나가는 중국 러시아 동남아 남미 등엔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러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이를 막으려는 기업 또는 여행자 스스로의 노력은 물론 이를 보호하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아쉽다.
박이사 피살사건은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중국측의 적극적인 수사를 기대하지만 연변 등 위험지역 여행자에겐 사전교육 등의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업인의 보호는 정부 기업 및 주재국 정부가 삼위일체가 되어야 가능하다. 이들에 대한 테러는 조직적이라는 점에서 이를 소홀히 할 수 없다.
한국인에 대한 범죄가 꼬리를 무는 중국의 동북삼성에 영사관을 설치하는 것도 이같은 범죄를 막을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중국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설치가 지연되고 있는 줄 알지만 영사관 설치가 한국인에 대한 범죄를 줄이려는 한·중 공동노력의 일환에 속한다는 점을 중국측에 주지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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