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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광고,계도성·합리성에 기초하면”(언론학자가 본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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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광고,계도성·합리성에 기초하면”(언론학자가 본 한국일보)

입력
1996.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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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공익 기능 활성화에 기여 가능”신문지면을 구성하는 세가지 요소는 기사, 광고, 사고이다. 광고는 신문경영에서 가장 큰 수입원이라는 점에서, 사고는 한 신문의 부대사업을 대외에 알린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후자도 광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광고와 사고, 이 두가지 요소는 기사나 편집 못지않게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함정」이 되곤 한다. 이 두가지 요소를 적절히 활용하느냐의 여부에 신문사의 사회적 위상은 물론 신문운영의 성패가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예로 총 32면이 발행된 한국일보 11일자의 경우 전체 지면중 6개면이 전면광고이고 5단 내지 8단광고가 게재된 지면이 23개면이었다. 이에 반해 광고가 게재되지 않은 지면은 주식시세와 스포츠에 할애된 3개지면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지면의 44%에 달하는 양으로 기사중에 배치된 돌출광고까지 포함한다면 그 비중은 더 클 것이다. 이와 같은 광고량은 증면경쟁으로 지면수가 늘어나면서 그에 비례하여 증가해 왔다.

한편 사고의 경우 광고와 같이 지면에서 차지하는 양이 크지는 않지만 최근들어 거의 모든 신문에서 기사경쟁 못지 않게 앞다투어 그 비중을 확대해 가고 있는 부문이다. 지난주 한국일보의 경우 하루도 빼지않고 사고를 게재했는데 「광복절 기념 국제학술대회」 「한국의 소리와 몸짓―굿과 범패」 「한국음악콩쿠르」 「거북이 마라톤 대회」 「서울시민대상」 「그린넷, 텔레어드벤처 96」 등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이벤트는 신문사업에 부가되는 부대사업으로 문화 학술 과학분야의 활성화를 위해 신문과 같은 공익기관이 앞장설 일이다. 또 최근 인터넷과 컴퓨터 관련 이벤트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인쇄매체인 기존 신문이 향후 전자신문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나친 사고경쟁은 무분별한 이벤트 경쟁으로 치달을 위험이 높다.

광고는 자본주의 사회의 유통구조에 있어 불가결한 요소이며 광고의존도가 높아지는 현대 언론에 있어 중요한 재원이 된다는 점에서, 사고의 경우 공익성과 계도성을 추구하는 기본 취지에서 볼 때 필요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어느정도까지 지면을 할애할 것인가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일차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필요불가결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신문 자체가 공공매체라는 점에서 광고와 사고의 확대는 공적 지면의 사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각 신문의 이벤트 기사나 지난주 한국일보 1면과 2면의 서브톱으로 다뤄진 「텔레어드벤처 96」기사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해당 이벤트의 뉴스가치를 무시한 지면배치는 그 대표적인 보기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공적 측면에서의 평가 이외에도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이 고려해야 할 점은 광고와 사고의 무분별한 확대가 독자들의 관심을 저하시켜 궁극적으로는 신문 구독률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광고의존도가 거의 100%에 달해 신문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업텔레비전의 경우 광고량의 증가가 시청률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더이상 광고비율을 확대하지 않고 있다. 프로그램 사이의 광고는 물론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도입될 프로그램 중간광고 시간에 상당수의 시청자들이 다른 채널로 이동하기 때문에 광고를 일정시간에 한정시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매체의 본질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같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신문의 경우도 광고와 사고의 확대는 전체 지면의 정보량을 감소시켜 「읽을 거리 없는 신문」으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광고유치 경쟁에 앞서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흔히 신문간에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신문 구독료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광고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광고유치는 동일 매체사이의 경쟁을 넘어 이종 매체와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경쟁의 핵심은 무분별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합리성과 과학성에 있는 것이다. 합리성과 과학성이 없이는 경쟁에서 이길 수도 없다. 현재와 같은 경쟁 상황의 도래를 「경영과 전략중심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합리성에 기초한 전략 수립, 이것이 바로 신문의 방향타가 돼야 한다.<이재현 충남대 교수·서울대 신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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