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개들만의 이야기가 없다”/최근 번역서 외엔 신간 전무한 실정국내 출판계가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책을 전혀 만들지 않고 있다. 청소년 문학시장이 80년대이후 크게 위축된 뒤 회복의 전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이렇다 할 청소년 문학도서의 출판이 전무하다. 성인문학이나 아동문학의 양적 팽창에 비춰보면 기형적인 출판양태이다.
국내 청소년문학의 전성기는 60년대 전후에서 70년대 중반. 추리작가 김래성씨와 조흔파, 최요안씨 등이 활동하며 베스트셀러 명랑소설을 양산해 낸 시기이다. 김씨는 일제말기 청춘남녀의 애정과 독립투쟁상을 대중적으로 그린 소설 「청춘극장」(1953년)을 썼다. 전성기 청소년문학시장은 조씨와 최씨가 양분했다. 조씨는 「얄개전」(56년) 「협도 임꺽정」(59년) 「에너지선생」(70년)등을, 최씨는 「느티나무 있는 언덕」(54년) 「별과 얘기하는 소년」(55년) 「하얀 길」(55년) 「달과 구름」(57년) 등과 소설집 「은하의 곡」(59년) 「억만이의 미소」(64년) 등 유머와 익살이 넘치는 작품을 남겼다. 이 외에 「붉은 마인」 「소년검객 마억」등을 쓴 조풍연씨, 「빨간 신호등」 「터져버린 고무총」등 청소년 교육·순정소설을 발표한 오영민씨 등이 있다. 그들의 작품은 문학성을 따지기 앞서 청소년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소재와 경쾌한 문법으로 호평받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런 작품은 눈을 씻고 찾으려야 찾을 수 없다. 그나마 아이부터 어른까지 읽도록 독서대상의 범위를 넓게 잡아 나온 우화 또는 교양소설류가 청소년의 독서갈증을 채우는 실정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계열로 분류할 수 있는 이 작품들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를 비롯해, 파트릭 모디아노의 「까트린이야기」, 수산나 타마로의 「마법의 공원」 등 최근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번역소설 일색이다. 시인 안도현씨가 삶의 의미를 우화적으로 그려 내어 「어른이 읽는 동화」라는 부제를 붙여 낸 「연어」가 겨우 국내 작품의 위신을 세울 뿐이다.
아동문학평론가인 이재철 단국대 교수는 『외국에는 「주니어문학」이 상당한 지평을 확보하고 있다. 초등학교 수준의 아동문학에서 성인문학작품으로 독서가 이어지는 우리나라 문학계는 분명 기형이다. 입시위주의 교육이 청소년소설을 읽는 독자를 줄게 만들었다. 돈 벌리지 않는 책을 작가는 쓰지 않고, 출판사는 만들지 않는 것은 큰 잘못이다』라고 지적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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