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대 주변 화염 “전쟁터 방불”/대학생들 가스통 등 폭파 위협경찰이 16일 대규모 병력을 연세대에 또다시 투입, 이과대 건물(과학관)을 사이에 두고 경찰과 학생들은 일촉즉발의 대치상태를 계속했다. 이날 하루종일 진입을 자제하던 경찰은 한총련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야간진입을 감행했다. 백색조명과 붉은 화염으로 둘러싸인 연세대 이과대 건물 주변은 공권력과 폭력시위대가 벌이는 한밤의 전쟁터였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밤새 감돌았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심정은 착잡했다. 다시는 이같은 전장이 없기를 바랐다.
이과대 건물은 위험물질이 다량 모여있는 화약고 같은 곳. 이때문에 한총련은 이곳을 마지막 보루로 삼고 있다. 화학과가 있는 3∼4층에는 염산 수은 등 독극물 폐기물과 화공시약을 보관중인 대형냉장고 50여대가 방치돼 있다. 지하층과 5∼6층에는 누출되면 큰 피해를 가져오는 방사성 물질도 있다. 전날의 사태로 6층에 있던 시약보관용 테시케이터는 일부 파손된 상태. 학생들이 위협용으로 준비한 가스통을 폭파시키지 않아도 폭력사태가 벌어질 경우 매우 위험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날 하오 7시10분 어스름이 내리는 순간 연세대 상공을 하오 내내 비행하던 헬기 10대가 갑자기 고도를 낮췄다. 공중에서 최루분말이 이과대 건물에 살포되는 가운데 경찰 50여개중대 6천여명이 정문 등 4곳을 통해 일시에 진입했다. 경찰이 정문안 20여m지점에 의자 책상 등으로 만들어놓은 바리케이드를 제거하는 동안 이과대 입구 체육관 앞 2중 바리케이드에는 화염이 치솟았다. 20여m 상공으로 치솟는 붉은 불꽃을 사이에 두고 마스크와 쇠파이프로 무장한 학생 5백여명과 경찰이 대치했다.
한총련은 경찰 진입 직전 경찰에 전화를 걸어 경찰이 진입할 경우 가스통등 위험물질을 폭파시키겠다고 위협했다. 학생들은 높이 1.5m의 실험용 수소통 10여개를 밸브만 틀면 바로 가스가 분출되는 상태로 준비해 놓았다.
경찰이 17일 새벽 0시30분께 일단 학교에서 철수하자 학생들은 또다시 정문까지 선동가와 구호를 외치며 진출, 대치상태는 계속됐다.<김경화·배성규 기자>김경화·배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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