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군,유엔 설정 완충지서 그리스계에 잇단 발포/민족주의 바탕 20년 칼끝대립… 「제2보스니아」 우려보스니아에 이어 「유럽 제2의 화약고」로 불려온 키프로스에 분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키프로스는 지중해 북동부에 있는 면적 9,251㎢의 섬나라. 다수 그리스계(65만7,000명)와 터키계(17만5,000명)가 64년 유엔이 설정한 동서로 가로지른 180㎞의 완충지대를 경계로 남북으로 대치해 왔다.
14일 터키군이 완충지대를 침범한 그리스계 시위대에 발포해 1명이 숨지고 수명이 부상했다. 앞서 11일에도 완충지대안에서 그리스계 시위대 1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같은 일련의 유혈사태는 20여년만에 최악의 사건으로 유엔과 미국, 유럽국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각국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키프로스가 보스니아와 마찬가지로 다른 종교·언어를 가진 이민족으로 분단돼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스계는 그리스정교를 신봉하고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반면 회교도인 터키계는 터키어를 사용하고 있다. 양측은 59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공동정부를 구성, 60년 키프로스공화국을 선포했으나 반목과 주도권 다툼은 그치지 않았다.
사실상의 분단이 공식화한 것은 74년부터. 당시 터키군은 그리스의 사주를 받은 그리스계 장교들이 남북통일을 위한 쿠데타를 일으키자 즉시 파병해 북부지역을 장악했다. 터키는 83년 북부지역에 친터키 정부를 세워 독립을 선포, 분단을 공식화했다.
키프로스 사태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특히 미국에는 심각한 고민거리다. 양대 종족의 후견국이자 나토 회원국인 그리스와 터키의 대립을 증폭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탈냉전에 나토국가간 연대감이 느슨해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회원국간 분쟁은 나토의 위상을 더욱 추락시킬 게 확실하다.
그리스와 터키는 이미 올해초에도 에게해 동쪽의 무인도를 놓고 영토분쟁을 벌여 전쟁일보전까지 간 바 있다.
더욱이 양국은 내부 민족주의 열기에 밀려 키프로스에서 경쟁적으로 군비를 증강하고 있다. 터키와 그리스는 현재 키프로스에 각각 병력 3만명과 2,500명을 파병, 주둔시키고 있다. 조그만 섬나라에 배치된 탱크만 총 317대로 보스니아 정부군과 세르비아계의 탱크를 합친 것보다 많다. 사소한 충돌이 곧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유엔은 64년 이래 평화유지군 1,200명을 파견하고 있으며 미국도 특사외교를 통해 평화를 중재하고 있으나 대립의 끝은 보이지 않고 있다. 탈냉전기 민족주의 바람이 키프로스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다.<배연해 기자>배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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