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6세기 이 격정의 삶 그려요즘처럼 더울 때는 좀 시원하고 재미있는 책을 찾게 된다. 지난 일요일 가벼운 독서거리로 「르네상스의 여인들」(한길사간)을 손에 들었다. 덕분에 진종일의 무더위를 잊어버릴 수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작가를 좋아하다 보면 작가의 처녀작에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된다. 요사이 필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람은 다름아닌 시오노 나나미(염야칠생)인데, 이 작품은 그의 처녀작으로 69년도에 나온 것이다.
한 편으로는 치열한 정쟁이 진행중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르네상스문화가 화려하게 꽃을 피운 곳이 이탈리아라는 나라이다. 당시 이탈리아를 장악하고 있던 밀라노 페라라 만토바 베네치아 등의 도시공화국들은 치열한 생존투쟁을 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시오노는 이 시절의 여인들 가운데 화려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극적이기도 하지만, 역동적인 삶을 살았던 네 명의 여인의 이야기를 정리해 들려주고 있다.
타고난 정치적 재능과 예술적 영혼을 한껏 발휘하여 만토바라는 소국을 지켜낸 이사벨라 데스테, 교황의 딸로 권력의 심장부에 태어났으나 아름다움으로 정략과 정쟁의 희생물이 된 비극의 주인공 루크레치아 보르자, 르네상스라는 남성의 시대에 태어나 여자이면서도 마치 남자처럼 담대하게 살았던 「이탈리아의 여걸」 카테리나 스포르차, 키프로스왕에게 정략적으로 시집갈 수밖에 없었던 「베네치아의 딸」 카테리나 코르나로. 시오노는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네 여인의 삶을 마치 한 폭의 사실화를 보듯이 현장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네 여인의 삶을 통해 독자들은 15세기와 16세기의 르네상스역사와 사건들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처녀작은 이미 그의 앞날을 충분히 예견하고도 남음이 있다. 사실적인 묘사, 박진감 있는 사건전개, 흥미있는 스토리, 그리고 철저한 고증들이 처녀작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필자의 소감을 이 책의 서문으로 대신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순서를 거꾸로 해서 27년전의 시오노 나나미를 읽는 것이지만, 우리는 이 책에서 「싹」만이 아니라 「꽃」까지 볼 수 있을 것입니다』<공병호 한국경제연 연구위원>공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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