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우리측의 4자회담제의가 4개월이 지나도록 그 수용 여부를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다. 더구나 4자회담제의 자체를 설명하려는 모임에 대해서 마저 「선쌀지원 후설명회 참석」을 고집할 정도로 4자회담 추진 및 남북관계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더욱이 북한은 광복절 51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에는 판문점에서 밀입북 한총련 학생 대표 2명을 앞세운 채 소위 제7차 범민족대회를 열고는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충성을 결의하는 소란을 빚기도 했다.
이런 시점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광복 51주년기념 경축사를 통해 북한에 대해 보다 온건한 기조 아래 4자회담에서 성사될 수 있는 내용을 설명하고 구체적인 대북지원책을 제의한 것은 여러가지로 깊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하겠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의 대북정책 바탕은 평화와 협력이었다. 하지만 문민정부 수립후 지금까지 그런 바탕은 어려운 내부사정으로 인한 북한체제의 불안정성과 우리가 지원한 쌀을 군량미로 비축하고 휴전선을 무력화시키며 판문점과 해상에서 빈번히 도발극을 펴는 등의 경직된 북한 태도로 말미암아 상대적으로 경화되어 온 감도 없지 않았다.
또한 북한을 고장난 비행기에 비유하고 갑작스런 체제붕괴에 대비해야 한다는 국제적 시각도 한편으론 북한의 불안을 자극해 그들의 태도를 더욱 굳게 했을 법도 했다.
김대통령의 이번 제의는 먼저 평화와 협력이라는 대북관계 원칙을 거듭 확인하면서 그 구체적 각론을 제시했다는데 큰 뜻이 있다 하겠다. 대통령은 우리가 북한의 안정을 원하고 고립을 원하지 않으며, 일방적인 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3개항의 우리가 통일에 임하는 자세를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통령은 4자회담의 성사를 위해 보다 현실성 있고 합리적인 제의를 거듭해 북한의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돕겠다는 뜻도 밝혔다. 군사적 신뢰문제협의와 함께 북한식량 문제의 근원적 해결기여, 나진·선봉지역 투자, 남북교역 확대와 북한의 필요물자 공급, 한국관광객의 북한방문 허용 용의 등을 분명히 한 것은 매우 온건하면서도 구체적인 제의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광복 51주년을 보내고도 남북화해와 협력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음은 진정 겨레의 아픔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지금까지의 불안정하고 경직된 자세에서 벗어나 우리 제의를 수락, 남북 당국자간 대화에 응하길 촉구한다. 온갖 나라에 쌀지원을 구차하게 요구하기 보다는 남북간의 진정한 협력으로 내부의 어려움을 푸는데 더 이상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편 내부적으로는 대통령의 이번 제의가 과거 대북제의가 있은 후에 흔히 있어 왔던 것처럼 국가안보와 남북협력문제의 혼동, 한총련 난동 등 국내 좌경세력 대처자세의 해이라는 또다른 혼란과 무원칙을 불러 오지 않길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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