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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8·15 특집 미완의 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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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8·15 특집 미완의 광복

입력
1996.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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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왜곡된 과거사 인식이 “걸림돌”/잇단 망언속 위안부 문제 등 “미적”/진정한 반성 앞서야 새출발 가능광복 51주년을 맞아 한일관계의 시야는 미래로 열리고 있으나, 발목은 여전히 과거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1세기의 문턱에서 화려하게 펼쳐질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새로운 「미래지향적 관계」가 한일관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진정한 광복을 향한 미완의 과정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식이다.

재일동포에 대한 편견과 우리의 통일을 경계하는 가지야마(미산정륙) 관방장관 등의 망언은 올해도 어김없이 거듭됐다. 그런가하면 지난 6월 양국 관계의 새로운 출발을 천명했던 제주 정상회담장 밖에서 통한의 눈물을 뿌렸던 군대위안부 피해자들은 오늘도 열도를 순회하며 일본을 고발하고, 죄악을 폭로하며, 진실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진정한 광복과 양국의 미래를 위해 절실한 것은 우선 과거에 대한 일본의 인식변화다.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총리의 신사참배 강행이 웅변해 주고 있는 것처럼 일본은 아직도 과거의 전쟁과 침략을 우국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은 나치에 대해 대외적 전쟁책임 뿐 아니라, 자국민에 대한 전쟁동원 및 도덕적 책임을 물었다. 도쿄(동경)재판은 식민지지배와 모든 도덕적 책임을 제외한 대외적 전쟁책임만을 물었고 그것도 7명을 제외한 A급 전범 전원이 기소유예되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독일의 과거는 후세에게조차 극복돼야할 수치로 각인됐지만, 일본의 경우는 엉뚱하게도 「비장한 좌절」로 윤색됐다. 『식민지는 좋은 일도 했다』는 65년 한일협정 당시의 발언에서부터 시작해 『군대위안부는 상행위였다』는 오늘의 오쿠노망언에 이르기까지 과거사에 대한 뻔뻔한 망언시리즈는 과거에 대한 전도된 인식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한일간 현안인 「역사문제에 관한 회의」설치문제, 군대위안부사죄 및 배상문제 등이 당위에도 불구하고 미적거리고 있는 상황도 기본적으로는 일본의 과거사 인식과 관련이 있다. 일본은 군대위안부문제에 관한 일본 정부의 사과 및 국가배상을 사실상 촉구한 유엔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민간기금을 통한 금전적 배상에만 집착하고 있다. 또 연내출범에 합의한 「역사문제에 관한 회의」결과를 교과서를 통해 국민 교육에 활용하자는데 대해 여전히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팽창주의적 경향을 재연하고 있는 독도영유권주장과 재일한국인에 대한 차별대우 역시 청산되지 않은 과거의 잔재들이다.

배재식 한일포럼 회장은 『과거사 재인식에 대한 한국의 요구를 대하는 일본의 본질적인 문제는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는데 있다』면서 『일본은 이 요구를 피상적으로 과거에 집착하는 반일감정으로 보거나 보상을 물질적인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장인철 기자>

◎일본은 지금…/일 지도층 역사 인식 “퇴행적”/총리·주요 각료 등 야스쿠니신사 참배 줄이어/「군 위안부」는 민간차원 「돈문제」로 전락시켜

51주년을 맞으면서도 우리의 광복이 제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은 「종전 51주년」인 아직까지도 일본이 제국주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의 역사의 진정한 반성과 청산을 주저하고 있다는 데서도 비롯한다.

지난해 6월 일본 국회가 채택한 「종전 50주년 결의」는 일본의 행위를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라는 시대상황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자신의 행위에 대한 주관적인 반성의 뜻을 희석했다. 정치적으로 일본 지식층과 양심세력을 대표해 온 당시 사회당(현 사민당) 주도로 이뤄진 결의가 그 정도에 머문 것은 전후 일본지도층의 퇴행적 역사인식을 확인시키기에 족했고 앞으로도 별로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실망을 안겼다.

그리고 그것은 올해 들어 한결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집권연정내 대다수를 점하는 자민당의 지도급 인사들의 「군대위안부는 개인적인 상행위」라는 궤변이 잇따르고 있고 하시모토 총리의 야스쿠니(정국)신사 참배에 이어 이번 「종전 51주년 기념일」을 전후해 자민당 출신 주요각료들의 야스쿠니참배가 줄을 잇고 있다.

군대위안부 문제도 정부차원이 아닌 민간차원의 위로금 지급이라는 해결책을 들고 나와 결과적으로 생활이 궁핍한 피해자들에 갈등을 안기는 비열한 「돈문제」로 전락시켰다.

군대위안부·강제연행·징집·사할린 잔류 등의 미결문제를 둘러싼 보상소송 등 일본의 국가보상책임을 묻는 수많은 「전후보상소송」이 일법원에 계류중인 데서도 「미완의 광복」은 확연해진다.

또 세금납부, 법률 준수 등 주민으로서의 충실한 의무를 이행하고 있으면서도 취업·공무원 임용, 정치 참여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도 상당 부분 그대로 남아 있다.

한편으로 남북분단이 일제의 식민지 지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책임의식은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북·일국교정상화 교섭과정에서 거쳐야 할 북한과의 청구권교섭에서 한일협정 체결당시 한국수준을 내세우며 분단현실을 이용하려 들 것이란 우울한 전망만이 무성한 실정이다.<도쿄=신윤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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