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가입」 치열한 득실 논쟁/“경제선진화 계기”에 “과다한 개방땐 부작용” 맞서/가입절차 거의 끝나 한 부총리 처리방향에 큰 관심한승수 경제팀을 가장 괴롭힐, 또 시급히 해결해야 될 과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과 관련된 개방화문제다. 9월 하순으로 예정된 OECD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문을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 여느냐는 개방화는 단지 경제적인 차원에서뿐 아니라 정치적인 이슈로 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80년대말부터 OECD와 본격적인 정책협력을 시작한 정부는 95년 3월말에 공식 가입신청을 했으며 현재 각 분야별 심사가 거의 끝난 상태다.
정부는 OECD에 가입하려는 이유를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자본 기술 인력 기업에 있어 국경의 개념이 없어지는 상황에서는 질적인 고도화없이 진정한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원인은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에도 과거와 같은 양적 성장 위주의 경제체질을 개선하지 못한데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OECD 가입은 그 과정에서 우리의 제도와 관행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고 국제적인 규범에 접근시키는 좋은 계기가 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한승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은 확고한 「개방론자」다. 그는 취임식에서 세계 11위인 우리 경제는 이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자간담회에서는 『세계화에는 고통이 따른다. 개방으로 인한 부담보다 이득이 많으면 이를 추진해야 한다』며 『100년전 수구파들이 개혁파를 누르고 권력을 잡아 조선이 멸망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OECD 가입은 개혁이고 반대는 수구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가입을 반대하는 경실련이나 일부 학자들은 부자나라들의 사교·친선 클럽인 OECD에 들어가기 위해 너무 비싼 가입비를 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클럽에 가입했다 해서 특별히 얻는 것은 없는 반면 회원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분에 넘치는 지출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OECD 가입에 따른 과다한 개방으로 금융위기를 겪었던 멕시코의 예를 들면서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문을 열면 막강한 자본력과 노하우를 갖춘 외국 기업이 우리 경제의 과실을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과연 누구를 위한 가입이냐를 따지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도 가세했다. 국민회의는 12일 조세형총재권한대행 기자회견을 통해 OECD가입 유보를 강력히 촉구했고 자민련도 멕시코등의 전례를 들어 OECD 조기가입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앞서 신한국당의 박찬종 상임고문도 OECD 조기가입에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그만큼 최근 OECD가입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OECD측은 가입의 마지막 절차로 우리 정부가 작성중인 가입협정문을 최종 협의하기 위해 9월초 슈리케법률국장을 서울에 파견한다고 알려왔다. OECD 가입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OECD가입은 국회비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가입문제를 둘러싸고 한바탕 큰 논쟁이 예상되고 있다. 한부총리가 어떻게 이 문제를 처리하느냐에 새로운 경제팀의 순항여부가 달려 있는 것이다.
개방문제는 정치권이나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가 아니더라도 쉽게 처리해선 안될 문제다. 각 경제주체들이 정말로 개방을 감내할 태세를 갖추지 못했다면 정부는 개방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고 당분간 그럴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굳이 OECD가입이라는 깃발을 휘날리기 위해 국내 경제를 희생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이상호 기자>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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