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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커크」 “럭비공 행보”/북태평양 고기압탓 진로 제멋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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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커크」 “럭비공 행보”/북태평양 고기압탓 진로 제멋대로

입력
1996.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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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위 25.9도 발생도 기상학적 이변13일 새벽 일본 오키나와 앞바다까지 진출,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진 제12호 태풍 「커크」의 진로가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제멋대로여서 기상청이 예측에 애를 먹고있다.

태풍은 보통 적도 북쪽 해상에서 발생한 뒤 오른쪽으로 포물선을 그리면서 북상한다. 그러나 태풍 커크는 5일 새벽 3시 발생 직후 북쪽으로 이동하다 갑자기 머리핀처럼 구부러져 남동쪽으로 내려갔다. 커크는 9일께 다시 진로를 서쪽으로 튼 뒤 남서·북서 등으로 구불거리며 이동하고 있다.

이처럼 정상을 벗어나 움직인 태풍은 1904년 이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2백80개의 태풍 중 9.6%인 27개에 불과하다. 91년 우리나라 남해안에 상륙해 큰 피해를 냈던 글래디스가 대표적인 이상진로의 태풍이었다.

태풍 커크가 이같이 비정상적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발생초기 일본 남쪽 바다에 중심을 둔 북태평양 고기압이 크게 확장하는 바람에 이를 뚫고 북상하지 못한 채 발생지점 부근을 맴돌았기 때문.

그러나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자 이틀전부터 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정상진로의 태풍처럼 북서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진행한다면 태풍은 북위 28∼30도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선회한 뒤 14일께 쓰시마섬 부근으로 다가올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이 태풍이 계속 정상진로로 이동할 지, 돌연 방향을 바꿔 이상진로로 움직일지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에 따라 상당히 유동적이다.

한편 커크는 서태평양의 높은 해수온도 때문에 북위 5∼20도에서 발생하는 다른 태풍보다 훨씬 북쪽인 북위 25.9도 부근에서 발생, 기상학적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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