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칸 총리 “회교권과 협력 강화” 이란 제재법 무시/미,제재 가능성 통보 불구 탈미 가속화 우려 “속탄다”미국이 중근동지역의 대표적 친미국가 터키의 「외교 반란」에 속을 태우고 있다. 회교원리주의 색채가 짙은 네크메틴 에르바칸 신임 터키총리가 미국의 중동정책 기조를 전면 거부하는 독자 외교 행보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르바칸 총리의 대이란 협력정책은 특히 미국을 경악시켰다. 미국의 강력한 반대속에 테헤란을 방문한 에르바칸 총리는 12일 이란과 200억달러에 달하는 천연가스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대이란 투자기업 제재법을 보란 듯이 무시한 것으로 에르바칸의 강기를 잘 드러냈다.
더욱이 에르바칸은 『이란과 군사 협력도 강화하겠다』면서 『이란과의 관계증진에 제3국의 간섭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터키 역대정권의 친미외교 노선에서 과감히 탈피하겠다는 다짐이자 선언이다.
에르바칸이 주도하는 터키의 외교 변신은 ▲회교국가와의 관계강화 ▲실리외교 추구를 양 궤도로 하여 가속화할 전망이다.
에르바칸은 이 같은 취지에서 이라크 시리아 이란과의 4자 정상 회담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 있어서 이 3개국은 하나같이 반미를 국시처럼 표방해 온 중동의 「불량배」국가이다. 하지만 에르바칸은 미국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들 근린 국가와 쿠르드족 문제를 비롯한 공동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신축적 외교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친미관료들이 많은 외무부를 배제한 채 별도 비선조직을 통해 4자 회담을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냉전시절 소련을 겨냥한 미사일을 터키에 배치할 정도로 터키를 신뢰해 온 미국은 에르바칸의 「당돌한」 신외교에 배신감마저 느낄 정도다. 미조야에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터키를 이란제재법의 첫 대상으로 삼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클린턴 미 행정부도 8일 터키에 대한 제재가능성을 공식 통보했다.
그렇다고 미국이 무턱대고 터키를 제재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우선 유럽연합(EU) 등이 미국의 이란·리비아 제재법에 거세게 반발, 국제 여론이 별로 좋지가 않다. 또 터키는 지정학적 위치상 미국의 중근동정책에서 중요한 고려의 대상이 돼 왔다는 점에서 탈미 노선을 가속시킬 위험을 무릅쓰면서 터키제재를 강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결국 에르바칸의 신외교노선은 미국에 탈냉전 외교의 난해한 고차 방정식를 던진 셈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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