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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건설 치중 안전기술은 뒷전/원전 고장 여파 전력수급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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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건설 치중 안전기술은 뒷전/원전 고장 여파 전력수급 비상

입력
1996.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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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고장·이상고온 지속땐 또 위기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그렇지 않아도 전력난이 예상되는 시점에 공교롭게도 원자력발전 2기가 고장나 이들 발전소의 전력공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12일 전력예비율은 낮 12시께 5.2%로 떨어져 올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전력공급능력은 3천3백11만㎾로 고장난 원전 2기에 해당하는 1백90만㎾정도가 평상시보다 줄었다. 반면 낮12께의 순간최대전력수요는 3천1백49만2천㎾에 달해 예비율이 5%대로 낮아졌다. 이같은 예비율은 적정예비율(7∼10%)에는 미달하지만 당장 전력을 공급하는 데는 별 차질이 없다는게 한전측의 설명이다.

한전은 이날 전국에 걸쳐 소나기가 내렸고 전국 평균 기온도 2도정도 떨어지는 바람에 위험수위는 넘겼지만 앞으로가 고비라고 밝혔다.

울진원전 1호기가 정상 가동하는 13일부터는 예비율이 다시 7%대로 올라가지만 주요 기업체들의 휴가가 끝나는 이번주말에서 내주초까지 이상고온이 지속될 경우 다시 한번 전력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구나 전력예비율이 아슬아슬한 현 상황에서 원전이나 화력발전소가 추가로 고장날 경우에는 제한송전이라는 최악의 사태도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발전소 한두곳의 고장으로 나라 전체의 전력공급이 위협을 받게되는 상황이 빚어지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발전소건설 부진으로 공급능력이 달리고 있기 때문. 지난 연말 착공키로 한 전남 영광 원전 5, 6호기는 아직도 첫 삽조차 못뜨고 있고 영흥도 및 보령화전도 마찬가지 상태다.

소비자 쪽에도 문제는 있다. 전력사정이 어려운데 가정은 절약이 몸에 배어 있지 않고 기업은 에너지효율이 낮은 생산기기 일색이다. 올해의 경우 새로 보급되는 에어컨이 80만대에 달해 총보급대수는 2백만대로 늘어난다. 에어컨 전력수요만도 2백만㎾에 달한다.<이백규 기자>

◎국내 원전 왜 자꾸 고장나나/가동 11기 불시 정지 기당 연 2.9회/일 0.2,미 2.2 등에 비해 매우 높아/종사자 불감증·「가동률 100% 혹사」도 문제

영광 원전2호기와 울진 원전1호기의 잇단 고장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내 원전의 운영능력 및 정부의 대처방안에 큰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지적된다.

78년 고리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18년이 지난 현재 국내서 가동중인 11기의 원전이 불시정지한 횟수는 총 2백95건에 달한다. 1년에 기당 2.9회 갑자기 정지한 것이다. 일본이 0.2회, 미국 2.2회, 프랑스 2.4회에 비하면 매우 높아 국내 원전이 불안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잦은 원전사고의 원인으로 원전건설 관련기술은 크게 발전했으나 안전문제는 언제나 뒷전으로 밀려 안전기술의 개발이 미진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70년대 경제성장이론과 맞물려 원전건설만 추진하고 안전문제는 등한시 해왔다는 것이다.

원전 안전규제요원의 경우 미국이 원전 1기에 30여명인데 비해 국내는 18명에 불과, 불의의 위험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원전 안전규제사항을 결정하는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도 국내 원자력 최고의결기관인 원자력위원회(위원장 경제부총리)산하에 있어 안전보다는 이용이 우선시되고 있다.

원전의 규정출력에 대한 실제 출력비율인 가동률이 1백% 넘게 유지돼온 것도 잦은 고장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영광원전 2호기의 경우 지난 한해동안 12월 가동률이 1백4.3%에 이르는 등 7개월동안 1백%를 넘었다. 국내 원전은 규격출력을 넘어 혹사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원전 운영자인 한전은 원전가동률을 예로 들며 국내 원전기술이 세계최고라고 자랑한다. 전문가들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가동원칙을 무시한 채 규격출력을 넘어서는 것을 「기록」으로 자랑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개탄한다.

이와 함께 원전관련 종사자들의 핵불감증도 커다란 문제로 꼽힌다. 이번 영광2호기의 경우 증기발생기의 세관(튜브)이 새는 것이 18일 처음 감지됐는데도 조기에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를 무시한 채 16일동안이나 정상가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관에 틈이 벌어진 상황에서 원전 출력을 줄이지 않으면 압력이 증가해 자칫 세관의 연쇄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과기처도 사고발생 2일뒤 원전고장을 보고받고도 15일이나 지난 다음 원자력안전기술원의 특별검사원을 현지로 파견하는 등 늑장조치를 취했다. 울진 1호기의 사고경위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안전점검을 꾸준히 해왔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력 성수기에 발생한 잇단 원전사고는 전국에 가동중인 11기 원전에 대한 총체적인 안전점검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있다.<선연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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