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극작가로 “화려한 외도”/10·27법난 소재 내달 무대에 올라출가 20년째. 첫 10년은 산중수행, 나중 10년은 예인들을 만나고 강연, 막노동을 하며 전국순회. 35개국을 돌아다닌 뒤 90년 기행문집 「걸망 속에 세계를 담고」(진선출판사간)를 펴낸 1세대 배낭여행족. 한국의 명창·명무·명인 절반은 만나고 다닌 인물―원담 스님이다. 그렇게 「장이판」을 좋아하더니 결국 극작가로 데뷔무대를 갖게 됐다.
9월13일∼10월20일 동숭스튜디오 씨어터에서 김태수 연출로 공연되는 「뜰 앞의 잣나무」(극단 완자무늬)가 그의 첫 희곡이다. 올 2월 속리산 법주사의 교무국장 일도 정리하고 충청도 시골집과 연극연습장만 오가며 집필을 해 왔다.
『수행 좀 한 것만 믿고 자신있게 속세에 나타나보니, 총칼 맞아 죽겠더라고요. 세상살이 실전에는 전부 나보다 한 수 위 아닙니까. 그 중 지속적으로 만나게 되는 게 예인들이었어요. 그저 질펀한 분위기가 좋았으니까. 아무래도 피 속에 장이기질이 흐르나봐요』 남들은 그를 별스럽게 볼텐데 그에게는 연극인들이 오히려 불가사의다. 대기업 잘 다니다가, 멀쩡히 기자생활 하다가 때려치우고 연극하고 있는 별 사람이 다 있다는 것이다.
원담스님은 92년 불교적 소재를 다룬 「탈속」의 연출을 맡은 김태수가 자문을 해오면서 그와 인연이 깊어지게 됐다. 『스님도 희곡 하나 쓰셔야죠?』, 『한 번 써 볼까요?』라고 했던 것이 「뜰 앞의 잣나무」로 자라났다. 소재는 80년 5공정권의 불교계 탄압사건인 10·27법난. 이때 고문당한 승려와 그의 출가전 아들의 기구한 인연을 그린다. 『사파(사바)이야깁니다. 종교와 권력의 부딪침, 개인적·사회적 차원에서 통용되는 인연의 법칙, 두 가지를 담았어요』
극단은 앞으로 원담스님의 작품 3∼4편을 무대화하는 「심우도 연작기획」을 계획했다. 심우도란 소를 찾는 그림으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뜻한다. 9월에 쓰기 시작할 2탄의 주제는 「동양철학의 단초 잡기」로 다소 실험적인 형식이 될 것 같다. 그는 이제 극작가로 「정착」을 한 것일까. 『워낙 버리고 떠나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는 게 그의 대답이었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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