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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과 공동체(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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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과 공동체(천자춘추)

입력
1996.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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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터키탕의 퇴폐영업에 대해 사실상 규제완화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주한 터키대리대사의 「터키탕」 개명요구 서한으로 타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중요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목욕탕은 물론 공중위생업소이지만 도심지에 사우나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동네사람들이 낮동안의 공적인 일을 마치고 돌아와 주로 찾는 곳이었다. 목욕한다는 것은 몸을 깨끗이 한다는 의미이지만 신체적 해방과 정신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자기만의 시간이기도 하다. 또한 모르는 이웃끼리, 또는 어른과 아이가 서로 등을 밀어주고 얘기를 나누며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갖기도 했다.

아파트가 늘어나고 집집마다 욕실을 갖게 된 데도 원인이 있겠지만, 도시민의 지연성에 대한 의식이 희박해지고 회사 근처에서 목욕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사우나가 점차 증가되어 동네 목욕탕은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또한 동네 이발소도 점차 줄고 사우나는 이발의 기능까지 갖추게 되었다. 옛날처럼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어른들과 접하며 성역할이나 사회적 질서를 배울 수 있는 목욕탕이나 이발소와 같은 공간은 점차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일본의 한 도시민속학자는 커뮤니티 공간의 쇠퇴가 청소년의 가정내 폭력이나 교내폭력 증가와 관련이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지연성 상실과 지역주민간의 무관심이 사회적 문제로 표출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애향심이나 지역주민의 연대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지역축제는 지방에서 비교적 활성화해 있으나 대도시의 구민축제와 같은 행사는 정착되지 못한 듯하다. 구민회관에서 주부나 청소년을 위한 각종 문화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나 홍보가 부족하며 성인과 청소년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아쉽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연령별로 전문화, 계층화하기 마련이다. 지방자치제가 더욱 정착되어 지역주민간에 더불어 즐길 수 있는 공공시설이 늘어나고 다양한 행사와 강좌가 개발되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현안이 조금이나마 해결되었으면 한다.<임장혁 문화재관리국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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