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가 실명 확인·전환 「검은 돈」 통로 좁아져/고리 사채시장·무자료 거래관행 등은 여전금융실명제가 12일 시행 3년을 맞았다. 「경제혁명」으로 불리는 금융실명제는 82년과 90년 두차례에 걸친 추진→유보→재추진→재유보의 우여곡절끝에 93년 8월12일 대통령긴급명령을 통해 「전격」실시됐다.
금융실명제는 『이제 어느 정도 정착된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을 만큼 지난 3년간 소리없이 생활관행으로 자리잡은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도 몇몇 「구멍」이 있어 일부에서는 보완이나 개선을 요구하기도 한다.
▷평가◁
금융실명제의 위력은 지난해 나라 전체를 충격과 분노로 들끓게 했던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으로 확인됐다. 실명제가 아니었다면 두 전직대통령은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처리에 골몰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고 끝까지 꼬리를 잡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금융실명제는 공직자윤리법 정치자금법 부정선거방지법 등 이른바 「금권정치 척결법률」에 실효성을 확보해주었다. 아직도 돈세탁의 길은 도처에 열려있지만 검은 돈의 통로가 실명제이후 비좁아진 것은 분명하다.
총 실명예금(4백5조원)의 99%가 실명확인 및 전환을 마쳤고 전체 가명예금(2조8천억원)도 99%가 제 이름을 찾은 것을 보면 이제 금융거래의 실명화는 관습으로 우리 생활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달라진 것」보다는 「달라지지 않은 것」이 더 많은 편이다. 실명제만 되면 없어질 것 같았던 고리사채시장이나 무자료거래관행은 아직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제도금융권과 세정활동의 뒷받침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금융실명제가 최근의 과소비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명제로 돈의 흐름이 다 드러나 세금으로 내야 할 바에는 우선 쓰고 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명제그물이 촘촘하다고는 하나 큰손과 금융기관이 결탁만하면 빠져나가기는 크게 어렵지 않다. 이에 반해 서민들은 30만원이상만 송금하려면 일일이 실명확인을 받아야한다. 실명제가 실시되면 뭐가 달라져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는 공직자뇌물수수 기업비자금비리 등을 보면서 「실명제는 서민들만 불편한 것」이란 생각을 하기도 한다.
▷과제◁
금융실명제는 모든 금융거래를 실명화함으로써 발생하는 금융소득에 빠짐없이 세금을 매길 때 본격적으로 그 효력이 발휘된다. 따라서 금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금융소득종합과세제는 제 2단계 금융실명제인 셈이다.
현행법상 금융실명제 준수의무는 금융기관직원들에게만 부여되어 있다. 고객과 금융기관직원이 짜고 비실명거래를 했을 경우 실명제 위반은 금융기관 직원에게만 적용된다. 또 실명거래의무를 위반한 금융기관직원은 최고 5백만원까지 과태료를 내면 되지만 다른 직원이 이를 신고하면 「비밀보장의무」위반으로 징역까지 살게 된다. 법체계상 불가피하다고는 하나 형평성의 문제가 지적된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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