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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제자리 찾아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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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제자리 찾아야(사설)

입력
1996.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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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의 최일선인 경찰이 어쩌다가 폭력에 마구 유린당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는 것인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제일의 책무로 하는 경찰이 제몸 보호도 못할 정도로 무기력하고 무방비상태에 놓이게 됐다면 민생치안은 어찌되는 것인가.서울에서 발생한 파출소 숙직경찰관의 피습사망사건과 같은날 인천에서 일어난 경찰순찰차 피탈사건은 우리 경찰의 무기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데서 실로 충격을 금하기가 어렵다.

경찰관, 파출소가 습격의 표적이 돼 운동권학생들의 돌팔매를 맞고 때로는 화염병 세례를 받아 경찰관이 다치고 청사가 불타며 기물이 파괴되는 등 유린의 대상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6·29선언」 이후 민주화과정에서 공권력의 최일선보루인 파출소가 당해야 했던 수난은 민주화과정의 바람직스럽지 못한 부산물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공권력의 위상을 무력화시키려는 대단히 의도적인 행위의 일환으로 보지 않을 수 없던 측면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운동권학생들에 의한 계획적인 이런 행위가 범죄조직과 하찮은 폭력배들에게까지 전파돼 파출소와 순찰경찰관을 우습게 보고 녹록한 도전의 대상으로 삼기에 이르도록 경찰수뇌부는 왜 손을 놓고 있었느냐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하겠다.

특히 민생치안을 강화하기 위하여 새로이 도입해 시범실시하고 있는 파출소의 3교대 근무제가 오히려 파출소 자체경비에 허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턱없이 부족한 경찰인력과 낡은 장비, 허점투성이인 방범망으로 해서 파출소가 공권력의 최일선으로 기능을 다하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라는 것은 알만한 국민은 다 아는 현실이다. 그런데도 하물며 경찰을 보호하고 발전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 경찰수뇌부와 내무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러고 나서 일이 터지자 공권력에 도전하는 세력과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너무나 때 늦고 안이한 대응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본다.

어찌됐든 이번 파출소내 경찰관 피습사건과 순찰차 피탈사건은 최일선 경찰의 자체경비와 보호를 한차원 높여 경찰관의 인명피해를 막고 파출소의 피습대책을 확고하게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자면 태부족한 경찰인력을 과감하게 증원해야 한다. 열악한 근무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 공권력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보람과 긍지를 경찰관들이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한마디로 경찰의 「제자리 찾기」가 대대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그것은 말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충분한 예산의 뒷받침과 확고한 정책의지가 있어야 한다. 경찰수뇌부와 정책당국의 이러한 현실인식을 먼저 촉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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