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시작되는 국회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활동이 암초에 부딪쳐 초반부터 헛걸음을 할 조짐이다. 이번 조사의 목적은 여러 지역에서 물의를 빚었던 4·11총선의 공정성, 불법운동논란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자는 것이었으나 현실의 벽은 엄청나게 높다. 벌써부터 조사대상선정을 싸고 여야가 날카롭게 맞서고 있어 자칫 한달간의 활동기간 동안 본격조사는 커녕 지루한 입씨름으로 시종할 여지가 많다.국정조사는 정부의 국정운영을 견제·감독한다는 점에서 민주정치의 핵심적인 기능이다. 제헌국회때부터 채택한 우리의 경우 2대 국회때 41회, 3대 국회때는 64회를 발동하는등 활기를 띠었으나 유신과 5공 국회때는 단 한차례도 가동하지 않았으며 민주화 이후에도 대체로 여당은 조사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온게 사실이었다.
국정조사는 조사목적과 방향 및 대상, 그리고 적법성을 갖출 때 성과를 거둘 수가 있다. 이번 경우 처음부터 15대 개원국회의 공전을 막기 위해 졸속흥정으로 결정한데다 대상도 미정으로 했다. 국회본회의는 「시비에 관한 증빙자료가 있는 곳으로서 정당이 제기하는 선거구로 하되 대상은 축소할 수 있다」고 애매한 결의를 하여 말썽의 씨앗을 남긴 것은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때문에 의원들로서는 혹시나 대상으로 선정될 경우 결과에 관계없이 부정선거의 장본인으로 알려지면서 정치적 치명상을 입기 때문에 눈을 부릅뜨고 있다. 또 현역의원을 과연 증인으로 소환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특히 국정감사·조사법은 재판 또는 수사중인 사건에는 관여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8조) 선거사범과 신고비용액을 수사·실사하고 있는 검찰과 선관위, 나아가 자금추적의 키를 쥔 은행감독원이 관련자료를 제출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등 특위의 앞길은 걸림돌 투성이인 것이다. 14대국회의 상무대비리조사가 바로 검찰 법원등의 자료제출거부로 유야무야된 것이 그 좋은 예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국정조사는 대상선정의 논란과 증인·자료의 허점등으로 강행한다해도 진상규명은 어림도 없다. 결국 여야가 서로 미워하는 의원들을 표적선정하여 망신주고 나아가 소속당을 먹칠하는 감정풀이가 될게 뻔하다. 한마디로 국회의원이 다른 의원을, 그것도 선거관계를 조사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아무튼 많은 난관과 문제점을 안고 있어 부정선거조사특위의 전망은 지극히 어둡기만하다. 조사가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적 체면과 감정해소를 위해 특위안을 제기한 야당이나 이를 받아들인 여당 모두 깊이 반성하고 책임을 느껴야 한다. 정말 여야 모두 부정규명의 의지가 있다면 3당이 한곳씩이라도 합의선정, 실효있게 파헤쳐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검찰수사와 선관위실사의 결과가 나온 뒤 특조위를 가동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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