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업체·서울은행·건영측 입장 크게 엇갈려/「최종 부도전 경영권 인계」 무산 가능성도 경영난으로 제3자인수가 추진되고 있는 (주)건영의 경영권인수문제가 장기화 국면을 맞고 있다. 동성종합건설 한화 LG에 이어 제일제당 등이 인수후보로 떠오르기는 했으나 이들 인수후보업체와 건영의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 당사자인 건영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업체들은 주택전문업체로서의 건영에 대해 매력을 느끼면서도 「최종부도전 제3자인수」라는 실험적인 경영권인계방식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3일 건영이 1차부도를 낸 이후 유력한 인수후보로 부상했던 동성종합건설은 여전히 건영인수에 대해 열의를 보이고는 있다. 그러나 밝혀진 부채만도 7,000억원(자산 8,300억원)에 달하는 업체를 그대로 끌어안을 경우 실익이 없고 회사경영에도 타격을 입게 된다는 입장으로 한걸음 물러서고 있다. 건영을 부도내지 않고 경영권을 인계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부채이자 탕감 등의 금융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동성종건 허진석 회장은 『어느 기업도 자금난이 심각하고 언제 어디서 새로운 부채가 나올지도 모르는 업체를 그대로 떠안기는 어렵다』면서 『인수조건에 대한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진 후에야 인수작업이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인수후보로 떠오른 제일제당도 건영인수에 따른 손익을 검토하고 있지만 서울은행측이 상당한 수준의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는한 건영인수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화 LG 등도 현상태로는 건영인수에 따른 위험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제3자인수에 대한 건영측의 소극적인 자세도 인수작업본격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제3자인수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건영 엄상호 회장은 제3자인수의 필요성은 일정부분 인정하면서도 정치권 등에 자구노력의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엄회장을 만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엄회장은 은행측의 지원만 받으면 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엄회장이 적극적으로 제3자인수작업에 나서지 않는한 인수작업은 지연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울은행측도 인수에 따른 「자체피해」를 줄이려는 전략으로 인수작업에 나서 인수후보업체들과 이해가 상충되고 있다. 서울은행은 제3자인수를 통해 인수업체에 건영의 부채를 모두 떠넘기는 것은 물론 별도의 금융지원도 최소화하려는 계산. 이에따라 건영의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 대형업체를 물색하고 있으나 해당업체의 반응은 신통치 않은 형편이다.
서울은행은 5일 건영의 제3자인수방침을 발표하면서 8월말까지는 건영에 대한 자금지원을 계속하는 대신 이후에는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현재의 상황으로 볼때 8월말까지 건영 인수업체가 결정될 가능성이 낮아 부도전 제3자인수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일각에서는 정부의 경제팀이 교체됨에 따라 건영인수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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