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관련된 문제는 그 대부분이 하도급거래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이 자금난인데 이 자금난은 바로 하도급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데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도급을 주는 대기업에 약자의 입장으로 얽매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은 제돈 들여 공사를 하고도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자기부담으로 수주제품을 생산 납품하고도 장기어음으로 결제를 받는등 일방적인 횡포에 시달려 왔다.
인력난과 부지난, 기술제약과 복잡한 행정규제, 갖가지 준조세등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핵심은 하도급대금이다. 달리 지원정책을 펼 것 없이 받을 돈이나 정상적으로 결제받을 수 있게만 해줘도 중소기업문제의 절반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꾸준한 지도를 해왔고 일부 재벌기업들도 자발적으로 현금결제를 해주기로 하는등 적지않은 노력이 있었지만 모두 말의 성찬에 그쳤을 뿐 상황은 오히려 악화해 왔다. 공정거래위에 신고된 하도급 관련 사건만 봐도 94년 3백16건, 95년 4백26건, 올들어 상반기중 2백73건(전년동기비 38.6% 증가)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공정거래위가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제도를 새로 도입하고 대금을 제때 안주는 경우 도급액의 최고 2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리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공정거래위가 내년 시행을 목표로 입법예고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허술했던 법조문을 보완해서 하도급횡포를 막아주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확실하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게 우리 견해다. 도와달라는 것도 아니고 받을 돈이나 제대로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데 정부가 인색할 필요는 없다. 주문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의 약점을 이용해서 금융비용과 자금부담의 불이익을 일방적으로 떠넘겨 버리는 대기업의 고질적 횡포를 이번 기회에 한번 시정해 보겠다는 의지가 정말로 확고하다면 이왕 법개정을 하면서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갈 이유는 없다.
지급보증이나 벌금부과에 그칠 것이 아니라 현금결제와 은행계좌를 이용한 대금의 자동이체, 어음기일 단축등을 장려하고 의무화하는 방안을 연구해서 이번 법개정에 추가로 반영시키기 바란다. 건설 뿐 아니라 제조업과 서비스부문의 하도급거래를 정상화시키는 방안도 보완돼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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