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극” 싱그러움 가득/“오롯한 정감”“분석적 차가움” 연출 대조적우려먹지 않는 연극은 즐겁다. 거창하지 않은 대신 식상함을 거부하는 신선함이 「젊은 연극」의 힘이다. 지금 대학로에는 이런 생동감이 풍기는 작품들이 있다.
김광보(32) 연출 「처녀비행」과 김동현(31) 연출 「먼지아기」가 그렇다. 두 연출가의 작품성향도 대조적이다. 극단 청우 대표 김광보는 극단 대학로극장에 초빙돼 사실적이고 정감어린 작품을, 작은신화 출신의 김동현은 극단 청우에서 분석적이고 차가운 작품을 지난 1일 나란히 개막했다.
「먼지아기」(9월1일까지·766―4253)는 유독 난해한 작품을 많이 올렸던 울타리소극장이 내놓은 또 하나의 쉽지 않은 연극이다. 하루종일 재봉틀만 돌리는 딸이 먼지로 된 아기를 낳자 모델을 꿈꾸던 그의 엄마가 아기를 상품화해 부를 얻는다는 황당한 내용이다. 그러나 비사실적인 플롯, 심리를 단적으로 상징하는 등장인물들을 이미지화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온통 옷들로 뒤덮인 무대와 반투명한 막의 활용이 시각적 효과를 높인다. 대사와 코러스, 영상의 병치는 강렬한 은유를 낳는다. 막간에 등장하는 코러스는 물질에 대한 욕망을 기호에 대한 욕망으로 확대하려는 의도를 표현한다. 김동현은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욕망의 허망함이라는 주제를 먼지라는 소재와 연관시킨 것』이라며 면밀한 분석적 접근을 행한다. 다만 딸의 역할이 소극적이고 극과 코러스가 하나의 구조로 연관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결함으로 지적된다.
대학로극장에서 공연중인 「처녀비행」(9월29일까지·764―6052)에선 관객의 정서적 흐름에 민감한 김광보의 연출성향이 두드러진다. 중견극작가 이만희의 80년 작품으로 연극적 본질에 대한 연출가와 극작가의 고민을 다룬 내용 자체가 일단 소박하다. 간단한 소도구만으로 극과 극중극, 연극계 풍경을 속도감있게 펼쳐보인다. 관객을 무대 위로 끌어내 연극을 하게 함으로써 한 바탕 폭소를 유발하기도 한다. 무엇이 연극인의 나아갈 길인가 하는 결론이 다소 절충적이지만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열린 무대와 현재의 대학로에 유효한 문제의식을 던지고 있는 점이 신선하다. 참신한 내용의 「처녀비행」과 실험적 형식의 「먼지아기」는 젊어서 즐거운 작품들이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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