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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걷는다마는…/자가용없는 「뚜벅이족」 휴가맞아 땡볕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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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걷는다마는…/자가용없는 「뚜벅이족」 휴가맞아 땡볕 설움

입력
1996.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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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용자 편의시설 확충해야” 분통『장마도 끝나고 휴가철은 다가왔는데…』

승용차 없는 「뚜벅이족」의 얼굴에 주름이 잡히는 계절이 왔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차는 불볕 더위에 차없이 떠나려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온다. 말쑥하게 빼입은 「마이카족」들이 시원한 에어컨바람을 쐬며 애인과 함께 호기롭게 떠나는 광경을 보면 서러움은 더욱 커진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여행은 생각만큼 낭만적인 것이 아니다. 예약도 쉽지 않고 목적지까지 수월하게 갈 수도 없다. 비교적 분위기있는 장소는 대중교통수단이 닿지않는 외진 곳에 자리잡고 있어 차없이 나선 여행은 고달프기만 하다.

경기도 인근 데이트코스들은 대부분이 드라이브 코스. 뚜벅이족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버스나 기차가 닿는 장소는 이미 주변이 오염된데다 단체 여행객의 고성방가도 만만치않다. 모처럼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데 오히려 방해받기 일쑤다. 하지만 아담하고 괜찮은 카페들도 400∼500m 간격을 두고 띄엄띄엄 자리잡고 있어 뚜벅이족이 걸어서 순례하기는 쉽지 않다.

회사에 갓 입사한 이수봉씨(25·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는 여행을 즐기는 편이지만 최근 차없는 설움을 여러번 겪어야 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애인을 동반, 신촌역에서 기차를 타고 장흥을 찾았지만 찌는 듯한 불볕 더위 속에 죽을 고생을 했다. 주변의 「마이카족」은 기동력을 과시하며 오붓한 장소를 찾아 다니는데 이씨는 비지땀을 흘리며 애인과 장흥 주위를 헤매야 했다.

이씨는 『특히 무덥거나 비가 오는 날 혹은 밤늦게 다리아파하며 걷는 애인에게 미안함을 느낀다』며 『가뜩이나 교통이 혼잡한데 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도보여행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많이 마련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렌터카회사는 차를 빌려 데이트하려는 젊은이들로 붐빈다. 렌터카를 이용해 뚜벅이의 설움을 달래보자는 것.

서울 강남의 E렌터카에는 평일에도 렌터카를 이용하려는 이들로 북적댄다.

사전 예약률이 70%선에 달해 주말이면 바닥이 날 정도. 이 업체 홍경송씨(55)는 『장마도 끝나고 여행철이 되면서 차없는 젊은이들이 데이트 여행을 위해 렌터카를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싼 렌터카를 이용할 처지도 못되는 「진짜 뚜벅이」들은 올여름 설움을 달래며 여행길에 올라야 할 듯싶다.<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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