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기도 하려니와 오존주의보까지 내리니 자연이 한층 더 그립다. 초등학교 4년생인 아이가 충혈된 눈을 비빈다. 고열로 잠을 설친 아이는 다음날부터 목이 아프고 기운도 없다고 한다. 처음엔 감기인 줄 알았으나 그것이 신문에 보도된 대로 오존오염 증세임을 깨닫고는 섬뜩하고 안타깝다.혼이 난 아이의 며칠 뒤 일기는 「드디어 지구 대기권에 구멍이 뚫렸다」고 시작되어 오존오염의 원인과 현상, 대책등을 그림까지 그려가며 상세하게 적고 있다. 알고 보니 일본 공영방송 NHK가 92년에 펴내고 국내번역된 「지구 대기행」이란 6권 짜리 만화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새삼 NHK의 기획에 놀라면서, 우리 공영방송 KBS MBC의 분발이 기대된다.
10여년전 늦가을의 어느 상쾌한 저녁을 기억한다. 친구 댓명이 서울 근교의 호숫가로 놀러갔다.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나올 때는 땅거미가 져 있었다. 먼저 나온 사람이 놀라면서 외쳤다. 『어, 불빛이 하나도 없네』
우리는 1㎞ 정도 떨어진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아스팔트 길이 별빛 아래 희미하고 고즈넉하게 깔려 있었다. 별빛에만 의지해 밤길을 걷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자연의 신비하고 아늑한 기운이 우리 육신에 깊이 스며드는 듯하던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내겐 잠들기 전에 지켜야할 약속과/가야할 먼 길이 있다…>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구가 생각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이제 그런 상쾌한 저녁공기를 베풀 수는 없는 것인가. 요즘 어린이가 자연이 지닌 순수성과 야성, 원초적 질서를 알게되는 것은 흔히 TV 동물프로등 간접체험을 통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굳이 이번 방학이 아니더라도 이 땅에는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그 속에서 숨쉬게 하고 싶은 절경이 도처에 있다.
썰물 때 바다를 배경삼아 드러나는 만리포의 드넓은 모래밭, 장엄한 지리산과 그 기슭에 펼쳐지는 황량한 듯 광활한 계곡, 산 바다 섬이 겹쳐지고 비끼며 이루는 해남―진도의 서정적 풍경같은 국토의 속살을 보여주고 싶다. 하여 오염에 주눅들지 않는 야성과 국토에 대한 깊은 정서를 맛보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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