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만이상 200개 시중 146곳 실시/18세 미만자 위반땐 보호소 수용·봉사활동·부모벌금/강력범 기승에 여론도 확고 지지… 뉴욕·LA도 “도입”갈수록 흉폭해지고 있는 청소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청소년 야간통행금지법이 미국사회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미국의 각 도시들이 날로 기승을 부리는 청소년 범죄에 통행금지라는 극약처방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시 의회는 지난달 18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야간통행 금지위반 단속프로그램」을 시 전역에서 실시키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단속반 편성이 완료된 데본셔등 5개 경찰서 관할구역에서는 7월 중순부터 집중단속이 시작됐다.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램파트 등 나머지 13개 경찰서도 이를 시범 실시중이며 운영계획이 마무리되는대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뉴욕시에서도 토머스 오그니빈 시의원(공화)이 최근 18세 미만 청소년 야간통행금지법안을 제출, 이를 둘러싼 입법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주중에는 밤 10시, 주말에는 밤 11시 이후 통행이 금지된다. 위반 청소년은 최초 적발시 25시간, 이후 매번 50시간의 거리청소등 지역봉사활동을 해야 하며 부모들은 최초 위반시 75달러, 재차 위반시 250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법안은 그러나 보호자 동반, 학술·직업·종교활동과 관련된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와 기혼자는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오그니빈 의원은 『뉴욕의 밤거리를 떼지어 몰려다니는 청소년들은 시민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올 말까지 이 법이 시행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야간통행금지는 90년부터 범죄율이 높은 일부 중소도시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됐으나 뉴욕 등 대도시에서는 이를 도입하는데 소극적이었다. 자칫 공권력 남용으로 이어져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시민단체들의 반대와 경찰의 업무가중 등 현실적인 장벽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미국사회의 범죄율이 전반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청소년 범죄는 오히려 극성을 떨자 이 제도를 도입하는 도시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특히 빌 클린턴 대통령과 밥 돌 전상원의원등 대권주자들도 이를 적극 찬성하고 나서 청소년 야간통금은 확고한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재 인구 10만명 이상 200개 도시중 어떤 형태로든 청소년 야간통금을 시행하고 있는 곳은 텍사스주의 댈러스시등 146개에 달한다. 전국의 카운티내 소도시를 합할 경우 통금을 실시하는 지역은 1,000개도 넘는다.
이중 루이지애나주 뉴 올리언스시는 가장 강력한 통행금지를 시행하고 있다. 이 도시는 1월부터 17세미만 청소년들은 주말과 주중에 관계없이 여름에는 밤 9시, 겨울에는 밤 8시이후 통행을 할 수 없게 했다. 많은 도시들이 주중에는 밤 11시, 주말에는 자정이후 통금을 실시하는데 비하면 매우 엄격하다.
경찰은 길거리와 술집 등에서 위반자를 붙잡아 「통금위반자 보호소」에 수용하며 부모들은 청소년문제 전문가 등과 상담을 거쳐야 자녀를 데려갈 수 있다. 또 자녀들이 한달에 2번 이상 상습적으로 위반할 경우 부모들은 법정에 출두해야 하며 최고 500달러의 벌금을 물게 된다. 시 당국은 주민의 89%가 이 법을 지지하고 있으며 청소년 범죄도 27% 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반면 애리조나주 피닉스시는 가장 느슨하게 야간통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경찰은 위반자를 시가 운영하는 레크리에이션 센터에 수용하며 부모들은 벌금등을 낼 필요없이 언제든 자녀들을 데려가면 그만이다. 그래도 살인 강도 강간등 청소년 강력범죄는 통금 시행전에 비해 10% 가까이 줄어들었다.
댈러스시도 청소년 야간통금으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94년 5월부터 이 제도를 실시한 댈러스시는 시행전에 비해 청소년 범죄가 20% 이상 줄었다. 특히 4,000여명의 위반 청소년을 적발한 지난해에는 강력범죄가 30.3%나 감소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와 법률 관계자들은 청소년 야간통행금지의 효과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청소년 범죄는 학교수업이 끝나는 하오 3시에서 6시사이 집중돼 있어 이 시간대에 범죄예방활동을 강화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청소년 범죄는 통금이후보다 문제아들이 학교수업을 빼먹는 상오에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학교와 가정이 자율적으로 이들을 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미시민자유연맹(ACLU)은 야간통금이 청소년들의 기본인권을 침해하는 악법이라며 연방법원과 각 주법원에 소송을 내기도 했다.
앨프레드 블럼스타인 카네기멜론대 교수(형법)는 『야간통금은 청소년 범죄에 대응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근본치료책은 될 수 없다』면서 『청소년들이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각종 스포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청소년 범죄 현황/94년 한해 8만5,000명 범죄로 체포/살인 등 강력사건 4년새 22% 늘어
미국에서는 94년 한해동안에만 8만5,000여명의 청소년들이 각종 범죄로 체포됐다. 이는 10년전인 84년의 3만2,700여명에 비해 무려 260%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살인등 강력범죄의 경우 성인범죄율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청소년 범죄는 급증하고 있다. 90∼94년 25세이상 성인이 저지른 살인사건은 18%가 줄어든 반면 14∼17세 청소년이 저지른 사건은 22%나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살인을 범한 25세이상 성인은 85년 6.3명에서 94년에는 4.7명으로 감소했지만 14∼17세 청소년은 85년의 7.0명에서 94년에는 19.1명으로 늘어났다. 18∼24세 청년은 85년의 15.7명에서 94년에는 25.3명이 됐다.
또 강간 강도등 강력범죄로 체포된 14∼17세 청소년은 지난 5년간 46%나 늘어나 12% 증가에 그친 25세이상 성인에 비해 4배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이 기간동안 18∼24세 청년의 강력범죄 증가율은 14% 였다. 미 법무부는 2005년 미국 청소년 인구는 현재보다 20%이상 증가하며 살인을 저지르는 청소년들도 95년의 4,000명에서 최소한 5,00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94년의 경우 뉴욕시 청소년 범죄중 93.3%가 강력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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