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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야정」 출간한 김주영/현지답사만 10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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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야정」 출간한 김주영/현지답사만 10차례

입력
1996.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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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만주땅 한인 고난의 삶 생생히소설가 김주영씨(57)가 구한말에 만주로 옮겨간 조선인의 삶을 치밀하게 복원한 역사소설 「야정」(문학과 지성사간·전 5권)을 출간했다. 지난해 한국일보 연재작 「화척」(전 5권)에 이어 내놓은 그의 이번 소설은 91년부터 4년 동안 동아일보에 연재된 작품이다.

「화척」이 역사소설의 소재로서는 물론 학계의 연구에서도 소홀히 다루어진 고려 무신정권시기를 파고 들었다면 「야정」은 연변(옌볜)동포들이 남한으로 물밀 듯 들어오는 세태를 보면서 그 지역 한인 초기이주사를 복원하겠다는 의도로 구상되었다.

「야정」은 함경도 강계 토호 집안 노비이던 주인공 성률이 양반의 횡포에 고향을 떠나 만주로 가면서 시작한다. 성률의 아내를 겁탈한 상전이 비리를 감추기 위해 자신마저 죽이려 하자 그는 압록강을 건너 만주 이호신에 터를 잡는다. 조상의 땅이라며 이민족의 접근을 막는 청나라 사람과 비적의 노략질에 시달리며 성률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는다. 우여곡절 끝에 상전의 딸인 소혜와 혼인하고 만주 한 지역의 촌장까지 되는 성률은 강계에서 옛 상전이 권세를 잃자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악덕한 아전을 습격, 그 재산으로 민중을 구휼하는 의적 노릇도 한다. 하지만 소설의 초점은 개인의 성공담이나 활약상보다는 이국 땅에서 결국 고통받으며 살 수밖에 없는 조선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데 맞추어져 있다.

『자료 조사를 위해 밤샘을 한 새벽, 아파트 창문 밖으로 한강을 쳐다보며 「내가 무얼 바라고 이런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는가」 라고 자문하며 철철 눈물 흘렸던 적이 십수번도 넘는다』며 역사소설 쓰기의 어려움을 밝히는 그는 이 소설을 쓰면서 현지를 10번이나 답사했다. 그의 장기인 여행은 단어 하나, 상황설정 하나에서도 사실에 벗어나지 않은 치밀한 고증으로 소설속에 살아 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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