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갈등 득될것 없다” 판단한듯/나선 투자·대 중국관계 등 고려/“월북” 주장없어 송환여부 주목정부가 5일 대한적십자사(총재 강영훈)를 통해 북한에 소설가 김하기씨(본명 김영·38)의 조속한 송환을 요청,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다.
북한이 「불법침범자」로 규정해 송환한 사례로는 지난해 7월 이산가족을 만나러 중국측 두만강지역에 갔다가 강물에 휩쓸려 북한지역에서 체포됐던 이종근씨(54)가 10여일만에 중국에 인도된 사례가 있다. 지난해 12월 피랍 우성호가 송환된 데에는 우리의 대북 쌀지원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봐야한다.
북한이 김씨의 입북을 의거월북(자진월북)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은 김씨의 송환 전망을 다소 밝게 해주는 대목이다. 북한이 김씨가 의거월북했다고 주장했다면 사실상 김씨의 송환은 기대하기 힘들다. 지난해 7월 안승운 목사 사건에서처럼 북한이 당사자를 내놓지 않으면서 의거월북이라고 주장할 경우 강제납치를 증명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5일 중앙통신을 통해 김씨를 불법국경침범죄로 조사중이라고 발표, 교섭의 여지를 남겨놨다. 북한이 김씨 사건을 대내용인 중앙·평양방송이 아니라 대외용인 중앙통신을 통해 언급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를 최근의 대남·대외 관계를 고려한 이례적 조치로 보는 견해도 있다. 정부가 김씨 송환을 위해 우선 한적을 내세운 것도 앞으로 북한의 태도를 지켜 보자는 의도에서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로서는 김씨의 송환에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면서 『정부는 김씨의 입북경위와 북한 당국의 조사결과등을 감안해 구체적 대응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한적의 대북 전화통지문을 접수한 것도 일단은 긍정적 해석을 가능케 한다. 북한은 2월 제주 어선 「707 대영호」의 송환을 요청한 한적의 전화통지문 접수를 거부했다.
김씨는 남한에서 상당히 알려진 소설가인데다 실종당일인 30일 밤 술에 취한 상태였고 북한식당의 여종업원에게 『인세를 받으로 북한에 가야겠다』고 말한 점(동생 완씨 증언) 등으로 미뤄보면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김씨를 의거월북자로 이용할만한 소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김씨의 입북을 선전수단으로 삼지 않은 것은 9월13∼15일 열릴 나진·선봉 투자설명회와 최근의 호우피해 등과 관련, 우리 정부와 마찰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볼수도 있다. 북한은 투자설명회에 우리 기업들의 참여를 원하고 있으며 최근 수해로 우리를 비롯한 외부의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북한은 김씨 사건이 북·중 관계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북한은 식량·경제난으로 중국의 지원이 절실하다. 김씨가 중국 영토인 연길(옌지)에서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은 북한과 중국 양측 모두에 껄끄러울 수 밖에 없는 문제이다. 안승운목사 사건만 해도 아직까지 미결 현안으로 남아있고 중국은 사건의 조사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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