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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 자원봉사(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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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 자원봉사(장명수 칼럼)

입력
1996.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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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산보하러 공원에 갔는데, 청소년들이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장갑을 끼고 집게로 휴지등을 주워서 비닐 봉지에 담고 있는 그들을 보니 기뻤다. 숨막히는 도시생활에서 휴식과 운동을 즐길수 있는 공원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으나,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의식은 좀처럼 향상되지 않아서 곳곳에 쓰레기가 흩어져 있는 것을 흔히 보는데, 쓰레기를 줍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은 희망을 품게 했다.종합생활기록부에 자원봉사를 포함시키기로 한후 중고생들 사이에 자원봉사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아직 초기라 문제점도 많지만, 청소년기에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값진 경험이다. 어린 시절의 교육처럼 사람을 확실하게 변화시키는 것은 없으므로 중고생들에게 자원봉사를 장려한다면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봉사 정신이 뿌리내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분좋게 산보를 끝내고 공원을 떠날 때 실망스런 광경이 보였다. 분명히 학생들이 지나갔던 자리인데 쓰레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 여러 곳 있었다. 비에 젖거나 썩어서 더러운 쓰레기, 집게로 집기에 불편한 약간 큰 쓰레기들을 학생들은 피해서 지나갔던 것이다.

각 동회에서는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학생들에게 20ℓ 짜리 규격봉투를 나눠 주고, 적당히 쓰레기를 담아오면 시간을 따져서 1시간 혹은 2시간 봉사했다는 도장을 찍어주고 있다. 쓰레기량은 적을 수도 많을 수도 있으므로 까다롭게 따지지 않고 있다. 그 점을 잘 아는 학생들은 줍기 쉽고 비교적 깨끗한 쓰레기들로 봉투를 채우고 있다.

『오늘 우리가 이 지역을 깨끗이 청소하자. 더러운 것 들기 힘든 것도 힘을 모아 치우자. 우리가 지나간 곳에는 티끌 한 점 안 남게 하자』 라고 다짐하며 열심히 청소하는 학생들을 기대하는 것은 과욕일까. 어른들은 마구 쓰레기를 버리면서 청소년들에게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은 말이 안될까. 사실은 많은 부모들이 그런 요령을 일러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점수따려는 자원봉사니 적당히 시간을 채우거라. 공원 청소는 청소부들의 일이니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험한 일이라곤 안해 본 네가 왜 더럽고 썩은 쓰레기에 손을 댄단 말이냐』라고 요령을 가르치는 부모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수재지역마다, 고아원이나 양로원마다 중고생 봉사자들이 몰리고 있다. 헌혈을 가장 많이 한 집단도 중고생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매우 바람직한 변화다. 모처럼 일고 있는 자원봉사 바람이 성공하고, 학생들이 봉사를 통해 값진 것을 배우려면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적어도 「봉사의 요령」을 가르치는 부모는 없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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