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의 고비용·저효율의 원인을 밝히고 이를 제거하고 치유하는 작업은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함께 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이 고비용·저효율은 우리경제에 부담을 주는 경제거품이 도처에 존재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경제거품을 제거하는 일이 곧 고비용·저효율을 제거하는 길이다.몇년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무너질때 경제거품이 실체를 드러냈다. 몇 백억원을 들인 건설공사는 그만큼 화폐소득은 발생시켰지만 실질적인 부가가치와 생산력은 창출하지 못했다.
이와 같이 창출로 계산된 국민소득도 상당부분이 거품인 셈이다. 건설부실로 인한 거품은 갖가지 건설사업과 투자사업에 존재한다고 볼때 지금 우리가 내세우는 국민소득 1만달러는 상당부분 허구적인 거품을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화폐소득, 그리고 이에 따른 소비와 씀씀이는 1만달러수준인데 실질적 생산력과 경쟁력은 여기에 크게 못미치니 물가상승과 국제수지악화로 연결되게 마련이다.
지난 몇년간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수출의 호조와 경기호황을 누렸는데 이제보니 이러한 수출경쟁력도 거품이었다는 것이 최근의 수출감소추세가 말해 주고 있다. 80년대후반이후 우리경제의 수출과 경기는 일본 엔화에 좌우되었다.
일본 엔화가 절상되면 우리수출의 경쟁력은 살아나고 엔화가 절하되면 경쟁력은 사라진다. 지난 2∼3년 엔화가 크게 절상됨에 따라 우리 중화학공업제품의 수출이 크게 증가하였고, 최근 엔화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수출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80년대이후 경제와 산업의 성장을 주도해온 중화학공업, 그리고 이를 맡고 있는 대기업의 경쟁력은 내재적으로 축적된 것이 아니라 엔고가 가져다 준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우리의 수출경쟁력은 「자력축적형」이라기보다는 「엔화의존형」에 가까운 거품경쟁력이라 평할 수 있다. 이러한 엔고의존형 거품경쟁력을 진정한 경쟁력으로 과신하고 있는 정부 기업 그리고 국민은 흥청망청 쓰는데만 열중하였던 것이다. 이것이 오늘의 수출경쟁력이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진 근본원인이 아닌가 한다.
고임금과 고금리의 원인은 고물가에 있다. 우리경제는 물가상승률뿐만 아니라 물가수준 자체가 높은 체질과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물가를 국제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고물가체질을 타파하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강력한 수출드라이브정책속에서 생산업체는 수출용과 내수용의 품질과 가격을 차별화, 이중가격을 형성하면서 수출에서 생긴 적자를 국내시장에서 독과점이윤으로 벌충해온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관세와 수입제한의 보호장치가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행태가 가능했다. 수입자유화이후 소비재수입이 국제수지를 위협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에서 일부 농산물과 공산품이 고가격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수입이 국내시장의 독과점과 비능률을 제거하지 못하고 아직까지도 국내생산업체와 수입업체는 비능률속에서 독과점이윤을 즐기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해독성거품으로서 소비자에게 폐해를 가져다줄뿐 아니라 나아가 고물가를 형성하여 경제 전체의 고비용·저효율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국내 생산업체와 수입유통업이 연계되는 독과점 생산·유통체제를 타파해야 한다. 생산과 유통에 진정한 경쟁을 도입해야만 생산과 유통에 있어서의 비능률과 해독성거품을 제거할 수 있다.
과거에는 국내소비자는 이러한 유독성거품을 묵묵히 받아들였지만, 이젠 세상이 달라졌다. 세계화시대에 소비자의 의식과 행태도 달라져 세계화차원에서 소비자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산품을 외면하고 수입품을 선호하는 것은 소비자의 정당한 선택이고 생산자에 대한 경고이다.
이상 몇가지 우리경제의 고비용·저효율의 원인이 되는 경제거품을 예시하였는데 이러한 거품은 그밖에도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가경제의 조직과 운용속 도처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고비용·저효율을 제거하는 작업은 경제거품 을 거두어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거품을 제거한 연후에 우리경제의 실체가 드러나면 가식없는 경제실체를 바탕으로 거품이 아닌 진정한 경쟁력을 쌓는 작업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한국경제연구원 상임고문·경제학 박사>한국경제연구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