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본 직장서도 이지메/회사 사주받고 특정사원 괴롭혀 사표내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본 직장서도 이지메/회사 사주받고 특정사원 괴롭혀 사표내게

입력
1996.08.05 00:00
0 0

◎별도 예산없이 감원에 이용/신고전화 몇달새 578건이나주로 초·중등 학교에서 횡행하던 일본의 「이지메」가 어른들의 세계인 일반 직장에서도 생겨나고 있다.

이른바 「회사 이지메」로 불리는 새로운 현상은 한마디로 회사측의 암묵적 지시나 사주로 특정 사원을 상사, 동료들이 괴롭혀 사표를 내게 만드는 것이다.

회사는 「자진퇴직」이란 명분으로 명예퇴직이나 특별해고시에 지불해야 할 막대한 퇴직금을 주지않고도 감원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이같은 이지메를 이용하고 있다.

변호사와 피해자들이 결성한 「회사 이지메 110번 신고전화」에는 최근 몇달간 피해사례가 578건이나 접수됐다. 이중 9건은 견디다 못해 자살한 회사원의 유족에 의한 신고였다.

40∼50대 중견사원을 갑자기 교육연수란 명목으로 비즈니스학원 퍼스컴강좌등에 6개월 이상씩 다니게 하는 것이 가장 흔한 수법이다. 10대들과 섞여 이유도 모른채 학원을 다니다 보면 어느날 재취업안내서가 날아온다. 학원을 때려치우면 인사명령위반으로 감봉, 정직등 불이익을 당해 사내입지가 더욱 어려워지고 참고 다니자니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또 다른 수법은 업무를 전혀 모르는 부서나 자회사로 발령내 전화도 받지못하게 하는등 완전히 바보를 만드는 전근발령 방식이다.

지난 한해동안 이같은 이지메에 의한 퇴직압력에 시달려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샐러리맨이 1,000명을 넘는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일본 기업의 미덕이던 종신고용제는 이미 흘러간 옛노래다.

얼마전 NHK에선 이 문제를 다룬 「메뚜기과장」이란 드라마가 방송돼 높은 시청률을 올리기도 했다.

회사가 자르고 싶어 안달인 고참 계장에게 메뚜기를 과장으로 모시고 일을 하라는 기상천외한 모욕을 준다는 코미디 드라마. 워낙 낙천적이고 사람좋은 주인공 계장은 이러한 모욕에도 아랑곳없이 천운으로 좋은 실적을 올려 자리를 보전하고 회사는 이지메작전을 총지휘하던 부장에게 메뚜기 보필을 명령한다는 내용이다.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괴롭혀 쫓아내고 나면 남은 사람중 어느 하나가 또다른 희생자가 되는 이지메의 속성과 『누구를 그만두게 하지 못하면 네가 그만두라』는 살벌한 직장분위기를 날카롭게 희화한 것이다.<도쿄=신윤석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