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모두 청각장애 병고도 겹쳐/생계 꾸려가며 고생끝 인간승리김조순 선수(21)가 애틀랜타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3일 새벽. 충남 홍성군 홍성읍 대교리 9평짜리 집에서 TV를 통해 시상식을 지켜보던 아버지 김행식씨(51)와 어머니 강언년씨(53)는 말없이 눈물만 쏟았다.
김씨 부부는 말대신 손짓으로 『제대로 먹이지 못해 한스럽다』는 말을 주고 받았다. 할머니 정정순씨(76)와 언니 조희씨(23), 동생 조식군(19) 원옥양(15)등 가족들도 모두 끌어안고 눈물을 터뜨렸다.
김선수의 부모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청각언어장애인이다. 아버지는 5년전 폐결핵 수술까지 받고 집에 누워있다. 어머니가 행상을 하며 버는 월 20여만원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생활비와 동생 학비는 모두 김선수 몫이다.
홍주초등학교 5학년때 처음 활시위를 잡은 김선수는 홍성여중·고를 졸업한 94년 2월 가족생계를 위해 진학을 포기하고 홍성군청 양궁부에 들어갔다. 월급 80여만원에서 김선수가 쓸 수 있는 돈이라고는 한 푼도 없었다. 그럴수록 김선수는 동료들보다 연습에 전력을 다해「연습벌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가슴에 응어리진 한이 과녁인 듯 그녀는 단 하루도 쉬지않고 활을 쏘았다.
2년여만인 지난 4월 올림픽대표로 선발된 김선수는 비록 개인전 8강탈락의 쓴 잔을 마셨지만 절치부심, 금메달을 거머쥐는 뚝심을 보여주었다.
언니 뒤를 이어 홍성여중 양궁부 선수인 동생 원옥양은 이날 TV를 지켜보며 김선수의 점수를 일일이 적었다. 원옥양은 『언니가 돌아오면 기록을 보여주며 보완점을 충고해 주겠다』며 『언니가 놓친 개인전 금메달을 내가 꼭 따서 부모님께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김선수의 선전 모습을 함께 지켜 본 이장 이병욱씨(46)등 주민들은 『동네잔치를 준비해야겠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홍성=전성우 기자>홍성=전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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