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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학벌/최성자 생활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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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학벌/최성자 생활부장(메아리)

입력
1996.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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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몇 사람이 모인 어느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사람이 올림픽 방송을 화제에 올리며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글쎄 어느 해설자가 한창 진행중인 경기를 중계하면서 화면에 선수가 비칠 때마다 출신학교를 말하고 있어요. 우리는 국가 대표선수가 최선을 다하는 경기 모습을 보면서 감동하고 있는데 국내 학벌 구조에 찌든 해설로 분위기를 망치고 있잖아요』

운동을 좋아해서 아들과 함께 밤늦게 중계방송을 봤다는 그 주부는 순수한 운동경기까지 학벌의 폐해가 만연된 현실을 개탄하였다. 『아들에게 물어보니 경기 종목마다 명문학교가 있다고 해요. 그 학교가 애를 써서 양성하는 선수들이 운동할 때 두각을 나타낸다고 합디다. 그런데 그 명문학교를 거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대표선수가 될 때 제외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한국은 학벌사회다. 일류학교를 나오면 출세가 보장된다. 그러나 어린나이에 단 한번 있는 기회를 잡지 못하면 평생 학벌에 열등감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 그것이 운동 경기에도 당연한 것처럼 있다는 것이다.

다시 그 주부의 이야기다. 『우리 아들은 비쇼베츠 감독의 팬입니다. 이번에 한국축구가 8강에 올라가지 못했어도 국민들이 실망을 덜 했다는 겁니다. 외국인 감독이 과학적인 훈련을 해서 수준을 높였다고 하지만 그것보다 국내 학벌에 초연해서 좋은 선수를 대표로 발탁했기 때문에 그동안 성적이 좋았다는 겁니다. 올림픽에 나가서 망신당한 종목은 학벌때문에 나눠먹기식으로 선수를 뽑아 그렇다고 합니다. 이게 사실이면 무슨 창피입니까?』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선전을 해서 국위를 높이고 국민마음을 시원하게 해준 여자 핸드볼과 하키는 인기가 없는 종목이다. 학벌의 폐해가 낄 틈이 적은 경기다. 그러니 최고의 선수를 뽑아서 좋은 성적을 낸 것이 아닌가?

비쇼베츠 감독은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필요한 존재다. 학벌 성별 지연에 매이지 않고 자기 일에 가장 열심인 뛰어난 사람을 뽑아서 제 자리를 찾아주는 일이 시급하다. 바로 그런 인물이 오늘날의 금메달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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