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분쟁 우리목소리 반영 도움”/조선·해운업계도 혜택,학문발전 계기될 것/영해·EEZ 등 제반문제 다뤄… 판결 구속력 1일 초대 국제해양 재판관으로 선출된 박춘호(66) 전 고려대 교수는 『앞으로 점차 늘어날 국가간 해양분쟁에서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많은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피선 의의겸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개인의 능력에 따른 영광이라기 보다는 국력 신장과 정부의 조직적 지원이 가져온 한국 외교의 승리』라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회의실에서 가진 박재판관의 기자회견 내용이다.
―국제해양 재판관 피선으로 한국에 미칠 영향은.
『새로운 국제해양질서를 만들려는 국제해양 재판소에 재판관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크다. 앞으로 점차 늘어날 국가간 해양분쟁에 깊이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이 많을 것이다. 한국의 조선 및 해운업계도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 국제법·해양법 분야 학문발전은 물론 전반적으로 해양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제해양재판소의 역할과 기능은.
『국제사법 재판소가 국가간 영토분쟁 등의 문제를 다루는 반면 국제해양 재판소는 바다와 관련한 제반 문제를 다루게 된다. 두 재판소는 대립이 아닌 상호보완관계에 있다. 국제해양재판소는 12해리 영해, 2백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경계 획정, 대륙붕 및 군도의 소유권, 해양오염분쟁, 심해저 자원문제등 해양과 관련된 국가간의 모든 분쟁을 다루게 된다. 제소국가는 해양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승복한다는 것을 전제로 제소하기 때문에 판결에 구속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설사 관련국이 불복한다해도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각종 제재수단을 강구, 결국 판결을 수용하게 할 것이다』
―초대 재판관의 임기는.
『재판관의 임기는 원칙적으로 9년이고 연임이 가능하지만 초대 재판관에 한해 3년, 6년, 9년의 임기로 분류된다. 이는 재판관 전원의 임기가 일시에 끝날 경우 생길 수 있는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3년마다 재판관의 3분의 1이 교체되도록 한 것이다. 초대 재판관의 개인별 임기는 앞으로 추첨 방식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첫 임기는 올 10월 1일 시작된다』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후보가 의외로 1차투표에서 선출되지 못했는데.
『국제 정치판도의 변화를 실감했다. 중국은 70·80년대에는 제3세계의 이익을 대변, 국제무대에서 자국후보 피선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이제는 그런 시대가 지났음을 알게 됐을 것이다』
EEZ설정문제를 놓고 한중일 3국간의 분쟁이 잠복한 시점에서 이뤄진 그의 해양재판관 피선은 해양재판에서 국익보호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서 『실익면에서 김철수 전 상공부장관의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차장 피선에 버금한다』는 평가이다. 일본과 중국은 그동안 해양분쟁까지 담당해 온 국제사법재판소에 이미 자국 재판관이 진출해 있어 우리는 심리적인 위축을 감수해야 했다.
그는 동북아 해양법연구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84년 펴낸 영문저서 「동아시아와 해양법」은 미국 중국등지에서 대학교재로 채택돼 중국어 러시아어 번역본이 나왔을 정도이다. 73년 제3차 유엔해양법회의에 한국대표단의 일원으로 참가한 이래 연구는 물론 바다에서의 국익보호에 힘써 와 이번 재판관 선출에 앞선 우리 후보선정과정에서도 누구도 의문을 표하지 않은 「단일후보」였다. 국제법 전공학자들 중에서도 특히 외국어에 뛰어나 영어 일어는 물론 독학으로 배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이 막힘이 없으며 러시아어와 베트남어도 읽는다.<유엔본부=조재용 특파원>유엔본부=조재용>
◇박 재판관 약력
▲1930년 전북 남원 생
▲서울대 정치학과
▲영국 에든버러대 법학박사
▲미 하버드대·하와이대 교수
▲고려대 교수(95년 정년퇴임)
▲일 세이난(서남)대에서 국제 법 강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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