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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저명인사들 연령별 단상 모아 「인생 미학」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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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저명인사들 연령별 단상 모아 「인생 미학」 내

입력
1996.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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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성들은 내나이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만약 당신의 나이가 20세라면 이 책의 87쪽을 펼쳐 보라. 그러면 20세를 겪었던 서구의 지성인들이 20세를 맞은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전해주는 삶의 메시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스무살에 잘 생기지 않고, 서른살에 힘세지 않고, 마흔살에 부유하지 않고, 쉰살에 현명하지 않으면, 어느 때고 결코 그럴 수가 없어라」(조지 허버트), 「스무살엔 의지가, 서른살엔 지혜가, 마흔살엔 판단력이 지배한다」(벤저민 프랭클린의 가난한 리처드의 연감중).

최근 시공사가 펴낸 「인생 미학」은 철학가 뿐만 아니라 시인 소설가 음악가 미술가 정치가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세계 저명인사들이 0세부터 100세까지 느꼈던 각 나이에 대한 단상을 모은 책이다. 영국의 옥스퍼드대출판부가 출간한 것을 번역한 책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예민하게 받아들여 기록으로 남긴 사람들의 문헌이나 작품은 물론, 자신들의 생각을 가장 솔직하게 써놓은 편지나 일기로 구성돼 있다.

서두에는 「탄생은 죽음을 향한 행진의 첫 발걸음에 불과하다」라고 출생을 비극적으로 묘사한 에드워드 영의 말이 실려 있다. 20세의 약관이면 언뜻 장밋빛 인생이 연상되지만 루퍼트 브룩이 스무살 생일 다음 날 어머니에게 부친 편지는 이런 내용이다. 「전 지금 제 나이 때문에 깊은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50년 이상이나 더 따분한 인생을 살아나가야 할 생각을 하며 히스테릭한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스물 아홉살의 조지 무어는 이렇게 말한다. 「30세의 조종이 울렸다. 3, 4년 지나면 내 젊음은 바다 위의 흐릿한 물안개, 몽환적인 그 무엇에 지나지 않으리라」. 한창 일할 나이인 35세를 펼치면 더 암울하다. 「슬프도다! 서른 다섯살의 나이에도 여전히 무엇인가를 해보겠다고 시도하다니!」라고 투르게네프는 말했고,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는 「나는 오랫동안 서른다섯살로 남고 싶다」고 나이 먹는 것을 한탄했다. 또 아리스티드 브리앙은 말한다. 「스무살에 사회주의자가 아닌 사람은 심장이 없는 사람이지만, 마흔살에도 여전히 사회주의자라면 머리가 없는 사람이다」(40세).

100세까지 산다면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내 나이가 되면 높은 정상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 든다. 내게는 추억이나 의견을 교환할 동시대인이 없다. 그러나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내 눈앞에 펼쳐진 인생의 풍경을 편견없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100세에 세상을 떠난 고고학자 마거릿 머리는 인생의 긴 항로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비관적인 것과 낙관적인 것, 일반적인 것과 예외적인 것들의 균형적 시각을 유지하려 애썼다. 등장인물들은 결코 조용히 나이 들어가는 것 같지 않다. 나이를 먹는 것과 생존에 대한 자세가 지난 몇세기에 걸쳐 근본적으로 변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 변화가 글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여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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