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는 그 나라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척도다. 지난 상반기 중 국제수지의 대표적 지표인 경상수지적자가 92억9천만달러에 달했다. 지난 한해동안의 적자(89억5천만달러)를 벌써 뛰어넘은 것이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확대수정한 경상수지적자예측치 1백20억달러 내지 1백30억달러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7월말 현재 무역수지적자(통관기준)는 1백3억달러다.지금은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단기차익을 겨냥한 핫머니(단기성투기자금)가 한국경제의 경쟁잠재력을 믿고 증시에 계속 유입, 외환보유고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들 핫머니가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감을 잃고 떠나갈 때 95년초 멕시코의 페소화 붕락과 같은 파국의 위험이 올지도 모른다. 지금 경상수지적자의 악화는 매우 심각한 것이다.
이것을 반전시키는 길은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증대하면서 불요불급한 사치성 소비재의 수입을 억제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해외여행경비, 해외송금, 운임·보험료 및 로열티 등 무역외 수지부문에서 지출보다는 수입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경쟁력 강화대책을 고비용·저효율의 우리 경제체제를 저비용·고효율로 전환시키는 데서 찾는 것은 올바른 처방이다. 또한 단기적으로 특별한 묘책이 없다고 솔직히 털어놓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섣불리 부동산경기 부양, 통화량 억제완화 등 경기부양대책을 썼다가는 부동산투기조장, 인플레 등을 촉발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단기대책으로 부작용 없이 손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과소비 억제다. 이에 따라 관세청의 해외여행자의 반입품 검사와 관세부과 강화, 국세청의 해외여행 경비과다 지출자에 대한 세무조사 방침등이 나왔고 이번의 조세감면에 의한 저축증대 방안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 조처가 저축을 늘리는데 효과적일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과소비를 꺾는데 결정적인 포석은 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조세감면을 감축하겠다는 조세정책의 기조에도 어긋난다. 정책의 일관성이 다시 훼손되는 것이다.
문제는 경쟁력제고의 골간인 고비용·저효율의 경제체질개선대책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전망이 어둡다. 정부 뿐 아니라 기업과 가계(소비자·근로자)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상호 이기주의를 자제, 공동의 이익인 경쟁력강화를 위해 협력체계를 구축해야하는데 그 부문에 국민적 합일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요소비용인 땅값·임금·금리·물류비 등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할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또한 경쟁력을 높이려면 연구개발투자도 강화해야 하는데 이것도 말잔치에 그치고 있다.
단기대책은 실효가 의문시되고 경제체질개선대책은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위기는 경제주체들간의 불협화음에 따른 경제정책의 표류에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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