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위사태 전형적 독재말 정치 위기상황/경제악화에 일가부패 겹쳐 중산층도 등돌려『수하르토는 인도네시아를 얼마나 더 통치할 수 있을 것인가』 얼마전까지만해도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그 자신과 신만이 내릴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내리려 하고 있다.지난달 27일 수도 자카르타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는 수하르토 대통령(75)의 28년 철옹성 통치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시위는 수하르토 집권후 가장 큰 규모일 뿐 아니라 야당파괴 공작에 대한 항의시위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독재말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정치위기인 것이다.
수하르토는 6월21일 국부 수카르노 전 대통령의 딸이자 민주당(PDI) 당수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49)를 공작끝에 당수직에서 쫓아냈다. 무리수의 배경에는 자신이 권좌에서 밀어낸 전 대통령의 딸로부터 한세대만에 권좌를 위협받는 상황의 반전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수하르토는 65년 육군전략사령관으로 있을 때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한 쿠데타 기도를 분쇄하며 실권자로 떠올랐다. 68년에는 수카르노 대통령을 사실상 하야시키고 집권에 성공했다. 그뒤 수하르토는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해 집권초 70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을 1,000달러 가까이 끌어올리고 식량 자급자족등의 치적을 쌓으며 근대화의 기수로서 국민적 신망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경제성장에 따라 형성된 중산층이 수하르토 일가의 부패와 계속되는 인권탄압에 비판적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면서 통치위기가 가시화하고 있다. 수하르토는 올초 대통령 신분으로 국영항공기 제조회사 회장에 취임했으며 3남3녀의 자녀 모두가 굵직한 기업을 경영하는 등 유례없는 치부행각을 벌일 정도로 이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들어 악화하고 있는 경상적자와 인플레이션도 집권기반에 적지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95 회계연도(95년 4월∼96년 3월) 경상적자는 94년의 2배인 69억달러에 달했고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두자릿수에 이르고 있어 민심이반을 초래하고 있다.
정치·경제 위기와 더불어 수하르토는 4월 반려자이자 가장 충실한 정치적 조언자인 부인 티엔 여사와 사별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신장결석 등 건강악화로 독일로 치료여행을 다녀와야 했다.
아직은 군부의 지지가 확고하고 국민에 대한 카리스마도 상당해 하루아침에 몰락하지는 않겠지만 국민의 운명을 쥐고 있던 수하르토의 명운이 바야흐로 국민들 손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제 인도네시아 정국에 대한 질문도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언제까지 그의 집권을 허락할 것인가』 라고 바뀌어야 할 것 같다.<윤순환 기자>윤순환>
◎인니 사태 전말/군부중심 야당파괴공작서 촉발/경찰 야 당사 농성자들 강제 연행/시위 격화에 발포명령 일촉즉발
최근 인도네시아가 직면한 정치위기는 정부의 야당파괴 공작으로 촉발됐다.
수카르노 전대통령의 딸이자 야당인 인도네시아 민주당(PDI) 당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가 6월21일 개최된 특별 당대회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은 PDI내 반대세력에 의해 당수직을 박탈당했다. 메가와티 축출은 군부가 중심이 된 정치공작의 산물이었다. PDI의 특별당대회 3개월전인 3월24∼28일 메가와티 축출을 위한 비밀공작회의가 열렸으며 이 자리에는 군 총사령관 페이잘 탄융 대장과 육군 사령관 하르토노 대장을 비롯한 군 고위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세력이 메가와티를 제거키로 한 것은 93년 PDI의 당수로 선출된 메가와티가 국민들의 지지폭을 넓혀가고 있어 98년 대선에서 수하르토 대통령의 7선을 위협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즉각 새 당수로 뽑힌 수리야디를 PDI 당수로 승인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정부의 승인을 받은 정당의 후보만이 선거에 참가할 수 있어 메가와티의 대선 출마는 합법적으로 봉쇄된 것이다.
하지만 메가와티를 지지하는 PDI 당원들이 당사에서 농성에 들어가면서 인도네시아 정국불안은 계속됐다.
농성이 한달 넘게 이어지던 지난달 27일 새벽 폭동진압 경찰이 PDI 당사에 전격진입, 메가와티 지지자들을 연행했고 당사 주위에 있던 수천명의 PDI 당원들까지 강제 해산시켰다. 이에 격분한 수만명의 야당원 및 시민들이 이날 밤늦게까지 농무부 청사, 여군 숙소, 은행, 경찰서 등 최소한 10여개 건물과 수십대의 차량에 방화하며 격렬히 저항했다. 65년이후 최대규모의 시위가 발생한 것이다. 28일에는 시위가 인도네시아 곳곳으로 확산됐다. 29일 일부 상가의 철시와 무장군인의 순찰속에서 시위는 소강상태를 보였다. 군부는 30일 시위진압 병력에 현장발포 명령을 하달, 정국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빠져 들고 있다.<윤순환 기자>윤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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