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확정발표한 고등교육시장개방일정은 이미 예고됐던 것이어서 별로 놀라운 일이 못된다. 내년부터 국내외 대학간의 교육프로그램을 공동운영하도록 하고, 98년부터 시·도에 1개씩의 외국대학분교설립을 허용하며, 2000년 이후에는 고등교육시장을 완전개방키로 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졌던 대로다.우리 정부가 국제화와 세계화를 국정운영의 새로운 지표로 설정한 마당에 고등교육시장의 문을 언제까지 걸어잠그고 있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따라서 교육부가 고등교육시장 개방일정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발표한 것은 변화하는 국제사회에 교육 특히 고등교육이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라고 봐 우리도 그 의미를 평가하는데 인색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러한 고등교육시장개방이 우리의 낙후될대로 낙후된 대학들에 교육의 내실화를 무리없이 추구하는 계기가 되고, 선진 외국명문대학들이 설립하는 분교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냐는 데는 얼른 그렇다고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만은 없다. 그래서 우리대학들은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
우리 교육 반세기동안 우리 대학들은 정말로 무풍지대속에서 무사안일에 빠져 대학다운 대학경영을 하는데 더없이 게으름을 피웠던 게 틀림없는 사실이다. 대학설립 인가를 받아 간판만 내걸면 학생들이 터져남을 정도로 몰려왔기 때문이다.
국민들 사이에 더할 수 없이 부풀려진 고학력풍조는 대학이 대학답게 발전하려는 의욕 자체를 시들하게 했다. 대학간의 선의의 경쟁마저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어 오늘날 우리의 대학들이 선진국 대학과는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뒤처지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을 제공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선진외국의 명문 대학들이 이 땅에 분교를 설립하고 질높은 고등교육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면 국내 대학들은 지금 같은 무풍지대속의 안이한 생존자세로는 도저히 살아남을 입지마저 상실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우리 대학들은 시장개방을 앞두고 자기성찰을 토대로 새로운 발전전략을 세워 선진 명문대학의 분교와 싸워 적자생존할 수 있는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을 촉구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학부모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아무리 유명한 외국 명문대학들이 설립하는 분교라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분교일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무턱대고 외국명문대학의 분교라해서 앞다퉈 자녀들을 입학시키려는 무분별한 행태를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외국대학의 분교입학을 외국유학이라고 착각하는 오류를 범했다가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무국적자녀를 만들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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