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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수해 이례적 신속 공개/국제 관심·원조 유도 다목적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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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수해 이례적 신속 공개/국제 관심·원조 유도 다목적 포석

입력
1996.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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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데 덮친격” 자력회복은 거의 불가능/4자회담 등 또다른 변수… 북,선택기로에지난해에 이어 폭우에 연타당한 북한이 피해상황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대외용인 중앙통신을 통해 황해제철연합기업소 생산중단, 평양―개성 도로와 연백벌 침수 등 7월말 폭우 피해를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북한이 지난해에는 7월말부터 시작된 수해를 8월 중순에 가서야 뒤늦게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 태도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이같은 「개방적」자세는 국제기구 등을 통해 대외원조를 얻어내는 한편 악화일로에 있는 식량·경제난을 자연재해에 또다시 연계시키려는 다목적 포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수해를 계기로 부정적 사안에 대해 언급을 꺼려왔던 기존 입장을 바꿔 수해사실을 공개하면서 유엔에 정식으로 구호를 요청, 국제사회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았다.

북한은 수해를 단순한 주민 민생 차원을 넘어 국제 문제로 부각시킨 셈이다. 수해를 계기로 북한의 급속 붕괴를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졌으며 이는 인도적 차원에서 미국과 일본이 북한에 접근하는 명분을 제공하기도 했다. 반면 지난해 쌀 지원 이후 대북 지원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우리 정부는 이번 수해를 계기로 유엔 등의 대북 구호활동이 또다시 전개될 경우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난해 수해로 2차례에 걸친 유엔의 원조와 최소한 1백20만톤 이상의 곡물지원을 받았다. 이번에도 북한의 폭우 보도가 나오자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대북 긴급구호확대 결정을 발표하고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의 자원봉사자들이 30일부터 비상태세에 돌입 하는 등 벌써부터 국제적 관심이 쏠려 북한의 「의도」가 일단은 성공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수해는 근본적으로 지난해에 이은 「엎친데 덮친격」이다. 지난해 피해를 절반도 복구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의 경제력으로는 자력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외부 원조를 가지고 복구를 하는데 문제가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북한의 수해는 올해도 남북관계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현재 한·미와 북한은 4자회담을 둘러싸고 각각 선회담성사와 선지원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더욱이 우리도 이번 폭우로 경기·강원 북부 지역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어서 대북지원을 위한 여론조성이 쉽지 않다. 여기에다가 지난해 쌀지원이 가져온 여론의 부정적인 측면이 아직도 희석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는 사실을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대규모 대북 지원에는 4자회담이나 북경(베이징) 3원칙이 전제돼 있기 때문에 북한의 선택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북한의 피해상황이 기존 수준의 외부 원조로 견뎌내기 힘든 지경에 이를 경우 역설적으로 우리에 대해 북한이 태도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김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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