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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폭우재난­연천·문산 복구현장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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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폭우재난­연천·문산 복구현장 르포

입력
1996.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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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고 닦고 쓸며 재건 안간힘/폭염·쓰레기더미 곤욕/지원차량 얽혀 급수차 출동 지연/피부병 속출·작업중 부상 환자도▷연천◁

물이 빠진 연천은 이제 30도를 훨씬 웃도는 무더위속에 시커먼 연기와 고통스런 악취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무더위와 악취가 기승을 부릴수록 연천주민들이 수해복구를 위해 흘리는 땀방울은 더욱 굵어지고 있었다.

한 손으로는 코를 막고, 다른 한 손으로는 복구 작업을 하는 이재민들은 물이 빠진 직후 30㎝이상 쌓였던 시내 도로 곳곳의 진흙벌을 조금씩 낮춰가고 있었다.

30일 연천군 군남면 진상리에서는 주민과 군인, 공무원들이 한마음이 되어 포클레인과 트럭을 동원해 진흙벌을 제거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진흙벌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진흙과 함께 뭉쳐 있던 각종 음식물 쓰레기와 소 돼지 닭 등 폐사 가축들도 실려나갔다. 침수됐던 가재도구가 못쓰게 되고 담벼락에는 군데군데 금이 갔지만 무너져가는 집이라도 지키기위해 마당에 누워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여기저기 모아둔 쓰레기들은 제때 치워지지 않았다. 쓰레기 수거차량이 제대로 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한 주민은 『서울과 경기남부 지역 등에서 청소차가 지원나온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갈수록 쓰레기가 쌓이고 있다』며 『악취 때문에 복구작업이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고 말했다. 연천군에도 쓰레기 매립장은 있지만 이번 집중호우로 침수돼 무용지물에 가까운 실정이다.<연천=조철환·윤태형 기자>

▷문산◁

문산읍 주민들은 물부족, 쓰레기, 질병 등 3중고 속에서도 삶의 터전을 복구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기름범벅이 된 쓰레기가 곳곳에 언덕을 이루며 악취를 풍겼지만 주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건에 여념이 없었다.

30일까지도 물이 여전히 들어찬 곳은 건물 지하층 뿐이었지만 물이 빠진 곳도 처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물과 기름에 젖은 가구며 이불 옷가지 TV 등이 어두컴컴한 건물 내부에 뒤엉켜 있었다.

지하층 주민들은 우선 물을 헤쳐가며 쓸만한 집기들을 꺼내는 작업부터 벌였다. 언제까지 망연자실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지하층에 이사온 지 한달 만에 난리를 겪은 이양희씨(29·여)는 『지하에 들어찬 물을 어서 빼줘야 다른 일이라도 할 텐데 재해대책본부는 이미 물이 빠진 시가지만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문산읍 복구의 가장 큰 걸림돌은 쓰레기 더미였다. 재해대책본부는 청소차 37대를 동원, 쓰레기를 치우고 있지만 한도 끝도 없다. 물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소방차와 급수차는 하루 평균 30만ℓ정도의 물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레미콘차량, 포클레인 덤프트럭 등 각종 복구지원 차량들로 메워진 도로를 요리조리 통과하는데 1시간도 넘게 걸려 제때 물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려움증 따가움 등 피부병과 설사 감기에 시달리는 환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복구작업 도중 손에 상처가 나는 등 부상환자도 줄을 이어 문산은 거대한 「병동」을 방불케 하고 있다.<문산=최윤필·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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