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측 증인 일방적 취소” 이유 내세워/국선 2명이 전·노씨등 13명 “벙어리 변론”막바지로 치닫던 12·12 및 5·18사건 재판이 변호인단의 잇단 사퇴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20차 공판에서 전두환 노태우 피고인 변호인단이 집단사퇴한데 이어 이날 열린 25차공판에서 유학성 황영시 정호용 허삼수 허화평 최세창 피고인 등의 변호인단이 재판부의 재판진행에 불만을 표시하며 사임계를 제출했다. 사임계를 내지 않은 변호인 2명은 재판에 출석조차 하지 않았다.
이들은 그간 재판을 주도했던 전씨 변호인단의 사임에도 불구, 증인신문에 강한 의욕을 보이며 20여일간 법정공방을 이끌어왔다. 결국 이들의 사임은 중요피고인 전원이 사실상 「1심포기」를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현재 16명의 피고인중 박준병 이희성 주영복 피고인 등 3명만이 사설변호인을 두고 있을 뿐 전·노씨 등 나머지 13명의 피고인은 국선변호인 2명이 「벙어리 변론」을 하고있는 상태다. 박피고인은 12·12사건과 관련해 20사단의 역할이 미미해 다투어 볼만하다는 점에서 변호인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있다. 또 불구속기소된 이·주피고인은 재판부의 선처를 기대하며 변호인들의 「동반사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변호인단의 사임계제출은 재판부가 24차 공판에서 다음달 5일 결심공판을 열겠다고 선언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단은 재판부가 변호인측 증인 30여명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결심하려는 것은 명백한 변론권 침해라고 반발해왔다. 변호인단은 이날 『재판부가 시국재판을 하나. 선고를 서두르는 이유가 뭐냐』며 항소심에 주력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대한 재판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재판장인 김영일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20여차례의 공판에서 반란·내란죄의 핵심쟁점이 충분히 심리돼 변호인단이 신청한 「곁가지」증인들의 신문이 필요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재판부는 또 재판일정이 늦어져 피고인들이 구속기간 만기로 석방되는 사태에 부담을 갖고 있기도 하다.
변호인단이 총사퇴라는 극약처방을 썼지만 재판이 거의 마무리된 시점에서 흐름을 바꿀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심재판부를 사실상 불신임함으로써 재판의 공정성에 형식적으로나마 흠집을 냈고 국선변호인이 변론을 맡는 「반쪽 재판」의 상징성을 부각시키는데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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