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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육군 승리부대 수해현장/“수마가 마치 전쟁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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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육군 승리부대 수해현장/“수마가 마치 전쟁포화”

입력
1996.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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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완전 두절 속수무책 13시간 충격『전시에 적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해도 이처럼 완전 고립되지는 않았을텐데…』

강원 화천군 사내면 명월리 육군 승리부대 이선민 사단장(51·소장·학군 6기)은 27일 산사태로 인해 유·무선 통신이 완전 두절됐던 속수무책의 13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수마가 휩쓸고 간 29일 전방 군부대가 밀집된 중·동부 전선 일대는 거대한 공룡 발톱이 할퀴고 지나간 듯 산능선 곳곳에 산사태 자국이 선명했다. 전쟁의 참화가 이보다 더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집중호우 전날까지만 해도 아름다운 능선이었던 군부대 뒷산이 산사태로 인해 순식간에 황톳빛 계곡으로 바뀌었다. 산사태를 막기위해 쌓아놓았던 옹벽은 오히려 거대한 바위덩이들과 함께 군인아파트와 내무반을 휩쓸어버리는 흉기로 돌변했다.

천재지변 이었다고는 해도 이런 상황속에서 주요 전방부대들이 거의 하룻동안 「공황」과도 같은 상태를 맞았다는 사실은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특히 1만4,000명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는 이소장이 설명하는 당시 상황은 만약 전시나 또다른 집중호우때 똑같은 사태가 벌어졌을 경우 대응책이 무엇이냐는 아찔한 의문을 던져준다.

27일 새벽 5∼6시께 갑자기 폭포수 보다 더 심한 집중호우로 동시다발적인 산사태가 발생하기 시작, 예하부대의 모든 유선통신이 두절됐다. 여기에다 2개의 무선중계소마저 박살이 나는 바람에 일체의 무전연락도 단절됐다. 이소장은 직접 밖으로 나가 이리저리 뛰었지만 헬기는 도저히 띄울 수 없었고 모든 작전도로는 유실되거나 돌더미로 변해버렸다. 하오 6시가 돼서야 겨우 전방의 민간회선이 연결돼 상황파악과 복구작업에 나설 수 있었다.이소장은 『목숨을 빼앗긴 젊은 장병들을 생각하면 아무 할 말이 없지만 철통같은 방어태세도 한순간에 속수무책의 상황이 될 수도 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화천=홍윤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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