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보다 선상생활 더 좋아요”/13만톤급 선박 엔진점검이 주업무「처녀 마도로스 」. 육지보다는 대양에서의 생활이 더 자연스럽다는 국내 최초의 여성 해기사 조경주씨(22)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조씨는 현재 호주 뉴캐슬항과 캐나다 로버트뱅크항에서 철광석과 무연탄을 우리나라 삼천포항으로 실어 나르는 작업을 하는 현대상선의 13만톤급 「현대스피리트호」의 순항을 책임지는 3등기관사. 그녀가 움직이는 스피리트호는 자그만치 길이 270m 폭 45m로 축구장 면적 3배나 되는 거대한 선박이다. 한번 출항하면 십수일동안 쉴새없이 항해하는 배가 탈없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엔진 작동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그녀의 임무다. 기계들을 점검하거나 수리할때는 웬만한 공장 크기의 기관실에서 남자들 못지 않는 힘을 써야하고 기름범벅이 되기 일쑤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에게 여자라는 프리미엄을 얹어주지 않는다. 기관사가 4명뿐이어서 남자 기관사와 똑같이 한사람 몫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남성의 전유물이자 금녀지대였던 외항선을 타기까지는 외로운 싸움과 어려운 난관을 극복해야 했다. 남이 선택하지 않은 분야의 일을 개척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한국해양대학을 지망했을 때 부모부터 『자식하나 버린셈 치겠다』며 완강히 반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따뜻한 후원자가 됐다.
또「여자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나…」라는 사회적 편견의 높은 벽도 넘어야 했다. 그녀가 유도 태권도 수영 헬스등 못하는 운동이 없는 것도 여자로서의 육체적인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체력단련을 했기 때문이다.
올 3월19일 첫 출항한 이후 현재 4번째 항해중인 조씨는 단 일주일을 제외하고 배를 떠나본 적이 없다. 『흔들리는 배에서의 생활이 땅에서보다 더 자연스러워졌다』는 조씨는 『내가 잘해야 점차 늘고 있는 여자후배들에게도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기 때문에 늘 긴장을 풀지 않는다』고 말했다.<이진동 기자>이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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