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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폭우재난­문산천 대범람 현지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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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폭우재난­문산천 대범람 현지 르포

입력
1996.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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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산더미 흙탕물 기습 “폐허”/고층아파트 피신 “공포”/가족 생사 확인 주민문의 빗발27일 밤 문산천의 범람으로 수마가 할퀸 문산읍은 비가 그친 28일 상오중에도 시가지의 90%가 물에 잠겨 있었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푸르름을 자랑하던 인근 파주평야는 드넓은 황톳빛 저수지로 변해 있었다.

3백여㎜의 폭우를 하룻만에 쏟아부은 하늘이 어느정도 갠 이날 하오1시께 문산읍내 한복판 사거리. 임진강 지류인 문산천과 교외선 문산역 사이에 자리잡은 문산 최대 번화가인 이곳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전쟁의 폐허 그 자체였다.

버스터미널과 상가건물 고층아파트 등 여러 건물이 몰려 있는 이곳에는 아직도 흙탕물이 허리 정도 높이까지 차 있었고 주민들은 밤새 악몽을 못잊은 듯 바닥이 드러난 길거리에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표정들이었다. 더욱이 전기공급이 간밤 11시부터 일체 중단돼 마을 전체는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해 분위기는 더욱 스산했다. 고지대에 주차해놓은 자동차 1백여대에는 진흙덩어리가 자동차 지붕에까지 덕지덕지 붙어있어 밤새 물난리가 어느정도였는지 짐작케해주었다.

물에 잠긴 시내 중심가의 모습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미처 고지대로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은 아직 아래층의 물이 빠지지 않은 고층 아파트에서 삼삼오오 모여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기름투성이의 흙탕물이 여전히 거세게 흘러다니고 있는 시내 중심가 도로는 119 구조대의 모터보트만이 분주하게 헤치고 다녔고 출입통제선 안쪽에 마련된 현장지휘본부에는 생사를 확인못한 가족들의 소재를 찾는 주민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문산 버스터미널은 고무보트를 묶어둔 선착장으로 변해 있었다. 터미널과 상가 사이로 보이는 5층짜리 외기노조 아파트는 아직도 건물 2층이 흙탕물에 잠겨 있었다.<문산=특별취재반>

◎하늘에서 바라본 물바다 문산/시가지 간곳없이 거대한 황토호수/고층건물만 흉물처럼 물위로/전봇대·가로수보고 도로 짐작

물이었다. 온통 물이었다. 28일 하오 서울 용산헬기장을 출발한 육군 항공사령부 소속 UH―60 헬기(조종사:고재운 대위·윤인윤 준위)로 불과 10여분.

굽이굽이 언덕을 끼고 돌던 임진강의 황토색 물줄기가 갑자기 굵어지더니 거대한 호수로 변한 경기 파주시 문산읍 시가지가 모습을 나타냈다.

물에 완전히 잠겨 고층건물 위층만이 삐죽이 머리를 드러낸 문산읍 시가지는 간간이 구조헬기의 소음이 정적을 깰 뿐 폐허였다. 2층까지 물이 차오른 아파트는 흙탕물을 뒤집어쓴 흉물로 변해있었다. 수로로 변한 골목길에는 주차된 채 물에 잠긴 붉고 흰 자동차 지붕이 섬처럼 떠 있었고 싯누런 물길을 따라 대형 가재도구들이 둥둥 떠가는 모습이 분명히 보였다. 고무 구명보트를 탄 사람들이 골목길을 저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규칙적으로 줄지어선 전봇대와 가로수 끝만이 예전의 도로를 짐작케했다.

하늘에서 바라본 문산은 파평산 등 인근 야산에 둘러싸여 움푹 패인 듯이 보이는 분지 지형. 물길은 정확하게 시가지를 덮쳐 10여개의 크고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놓았다. 물은 1㎞에 달하는 문산읍 중심도로를 따라 상가 건물, 학교 운동장, 주차장 등으로 사정없이 밀려들어 있었다.

조금 떨어진 농지의 상황은 더욱 처참했다. 파주평야 저지대에 들이친 시뻘건 황톳물은 비닐하우스 머리까지 모두 감추어버려 겨우 머리를 내놓은 전봇대가 없이는 거대한 저수지로 착각할 판이었다.

희미한 햇살 속에 난데없이 뜬 무지개를 가로질러 헬기는 기수를 돌렸으나 물바다는 한동안 헬기의 뒤꽁무니를 이어 따라왔다.<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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