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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흙더미 천여톤 “쾅”/군부대 산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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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흙더미 천여톤 “쾅”/군부대 산사태

입력
1996.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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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사 2개동 순식간 산산이/단잠자던 사병들 날벼락/제대 보름앞두고 참변도/폭우로 구조지연 희생자 늘어【철원·의정부=최윤필·김관명 기자】 새벽의 날벼락이었다. 철원지방에 내린 기습폭우는 내무반에서 곤히 잠자던 사병 20명의 목숨을 눈 깜짝할 사이에 앗아갔다. 산사태로 무너진 막사 주변에는 빗물과 피가 뒤섞인 채 사병들의 관물이 흩어져 있어 참사 순간의 끔찍함을 전했다. 사망자 중에는 제대를 13일 앞둔 병장도 있었다.

▷사고순간◁

26일 상오 4시25분 해발 2백65m, 40도 기울기의 내무반 뒤쪽 야산이 8부능선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폭 30m의 거대한 흙더미 1천80톤이 1백70여m를 밀려 내려오면서 조립식 막사 2개동을 순식간에 덮쳤고 새벽잠에 빠져있던 장병들은 그대로 흙더미 속에 묻혔다. 1내무반 오른쪽 입구에서 잠을 자고 있던 소대장 김종덕 중위(27)는 『「꽝」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바깥으로 튕겨져 나왔다』고 사고순간을 말했다. 김현우 상병(23)은 『갑자기 몸이 붕 뜨는 듯해서 눈을 떠 보니 허리 아래 부분이 흙더미에 묻혀 있었다』고 말했다.

▷구조◁

사고가 나자 곧바로 2개 중대가 자체장비로 구조작업을 시작했으나 날이 밝지 않은데다 계속 비가 내려 어려움을 겪었다. 비바람이 거세 헬기가 뜨지 못했고, 인근 역곡천이 넘치는 바람에 중장비의 접근이 어려워 구조작업이 늦어졌다. 상오 7시30분께 민간 포클레인이 부대에 도착하면서 본격적인 구조작업이 진행돼 상오 10시50분께 매몰된 장병 20명의 시신을 발굴했다. 장병들은 대부분 질식사했다.

▷피해자 주변◁

사망한 사병 20명중 가장 고참인 김철우 병장(22)은 다음달 8일 제대를 앞두고 3일 후인 29일 마지막 휴가를 갈 예정이었다. 6남매중 막내로 전북 부안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병장은 제대후 호텔에 취업하기로 돼있었다. 사망자중에는 일병이 가장 많은 17명이었는데 이관준 일병(21)은 수일 전 부대 태권도 시합에서 우승, 31일부터 3박4일간의 포상휴가를 갈 예정이었다. 사망자들이 안치된 의정부 덕정병원 등 5개 병원에는 연락을 받고 온 유족들이 오열을 터뜨렸다.

▷대책◁

국방부관계자는 『사단장과 연대장을 포함, 고위관계자에 대한 문책이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숨진 사병들은 군인연금법 시행령 66조에 따라 1인당 일시불 7백65만2천원과 월 40만원의 보훈연금이 주어진다. 영결식은 군단참모장으로 치러지며, 전원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사망자◁

▲이완희 ▲김철우(이상 병장) ▲원세진(상병) ▲엄상룡 ▲배무열 ▲이종호 ▲김만기 ▲김현철 ▲변진환 ▲김유정 ▲이관준 ▲윤덕환 ▲최용혁 ▲이상필 ▲정명진 ▲이상복 ▲권기봉 ▲신동재 ▲이승준 ▲오왈선(이상 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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