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여성주의의 다양한 논의노자는 일찍이 「도덕경」에서 만물의 근본원리로 도를 설명할 때 현빈이라든가 곡신 등의 표현을 썼다. 이들은 모두 오묘한 여성원리를 가리킨다. 노자가 생각하기에 세상은 강포한 남성원리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었다. 이러한 원리에 의해 지배를 받는 한 인간사회는 불평등·차별의 역사를 면치 못하며 궁극적으로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마저 단절되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고야 말 것이라고 그는 내다보았던 것이다. 노자의 이러한 관점은 오늘날 생태여성주의의 입장과 상당히 일치한다. 생태여성주의의 강점은 이와 같이 남녀간의 불평등을 이제 단순히 인간간의 문제가 아니라 전지구적이고 우주적인 호소력을 갖는 문제의식으로 끌어올린 데에 있다.
아이린 다이아몬드 등이 편집한 「다시 꾸며보는 세상」(이화여대출판부간)은 신학 사회학 정치학 종교학 문학 환경 등의 여러분야에 걸친 생태여성주의의 논지를 한 자리에 모은 학술서로서 이 방면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무척 매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세가지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제1부 「역사와 신비:태초에」에서는 생태여성주의가 신화적 원리로부터 사회운동과 철학으로 발전하는 과정에 대해 소개한다. 여기에서는 신화, 전가부장적 역사에 대한 탐구를 통해 생태여성주의의 모형적 개념을 추출하고 있다. 제2부 「다시 꾸며보는 세상:정치와 윤리의 재연결」은 이 새로운 이념이 지닌 풍부한 정치적 함의에 대한 논의들이다. 여기에서 생태여성주의는 반이원론 혹은 저항의 정치학으로 정의된다. 제3부 「우리 자신의 치유:지구의 치유」에서는 현재의 가부장적 문화체계가 빚어 놓은 특정문제들을 분석함과 동시에 그것을 개선하려는 창조적인 노력들을 함께 거론하였다. 이 세가지 주제를 위해 시인 소설가 과학자 환경운동가 종교인 등에 의해 모두 26편의 논문이 바쳐졌다.
세계적인 여성신학자이자 생태주의자인 정현경 교수(미국 유니언대)가 역자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의 가치를 빛나게 한다. 여성주의 생태학 문명비판 탈식민주의적 삶 읽기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야 할 책이다.<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정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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