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만 떼면 “시끌” 그래도 “계속”/“원칙 언급일 뿐” 여비난 일축속/“대북정책 실정부각 의도” 관측김대중 국민회의총재의 남북관련 발언은 그냥 넘어가는 예가 드물다. 매번 한바탕 공방을 치른다. 24일 종교계대표들과 만난자리에서 언급한 우리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불이행책임 발언이 대표적인 예다.
국민회의측은 파문이 확산되자 『남북한 모두가 남북합의서 불이행에 책임있다는 대목이 대변인실의 발표과정에서 우리정부에만 책임이 있는 것으로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국민회의측은 김총재의 발언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도 공개했다. 하지만 신한국당측은 『전적으로 북한의 책임인데 왜 우리정부를 걸고넘어지느냐』며 김총재를 연일 공격하고 있다.
김총재는 19일 정계원로들과의 오찬에서 『김일성사망후 김영삼 대통령이 대처를 잘못해 남북문제가 더욱 꼬이게 됐다』고 말했다가 신한국당측으로부터 『김일성조문론을 옹호하는 것이냐』고 공격을 받기도 했다.
김총재는 4·11총선직후에는 정부·여당의 북한 DMZ도발 선거악용 의혹을 제기했다가 북한옹호발언이라고 해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김총재는 북한관련 발언을 했다가 「본전」을 건진 적이 별로 없다. 말하자면 남북관련발언은 김총재에게는 잘먹어야 본전이라는 「여름철 돼지고기」인 셈이다.
그러나 김총재는 「탈나기」쉽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민감한 남북관련발언을 계속한다. 이는 용공음해와 색깔론 공세를 극복하고 보수중산층을 껴안겠다는 자신의 대선전략측면에서도 별 도움이 안된다. 그럼에도 김총재가 남북문제 발언을 계속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정동영 대변인은 『젊은 시절부터 남북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온 김총재가 나름대로 수집한 정보와 지식을 토대로 하는 언급인데 여권이 말꼬리를 잡는 것일 뿐』이라며 『상투적인 용공음해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가 일각에서는 김총재가 현정권의 최대 실정이 대북정책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부단히 부각시키려는 계산된 의도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총재는 이와 함께 20∼30대의 젊은층과 개혁·진보세력들을 겨냥, 전향적으로 대북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실보다 득이 많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이계성 기자>이계성>
◎여 반응/“김 총재 기본인식에 큰 문제”/「남북합의서 발언」 연일 성토
신한국당은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의 잇단 대북 발언을 이틀째 집중 성토하면서 다시 한번 색깔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신한국당은 남북문제에 대한 김총재의 기본인식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며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신한국당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직자회의에서 『국민회의가 남북기본합의서 이행에 어떤 성의도 보이지 않은 북한을 두고 우리정부에 책임을 미루는 것은 그 시각에 있어 근본적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철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김총재는 우리정부가 남북합의서를 무시하고 실천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어떤 대목이 그런 것인지 무슨 뜻으로 그같은 발언을 했는지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힐 것을 요구한다』며 『합의서를 휴지화한 쪽은 북한정권이지 우리정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대변인은 『국민회의는 김총재 발언의 문제점에 대한 우리당과 통일원의 지적을 용공조작이라고 주장했으나 우리당은 용공조작을 한 적이 없다』며 『국민회의는 오히려 자기들 발표문을 조작했다』고 공격했다.
김대변인은 24일에도 성명을 발표, 『김총재가 북한의 비무장지대 도발때도 우리정부의 책임을 묻고 김일성 조문론을 찬성했다』며 『남북합의서 이행문제 마저도 우리측에 책임을 지우는 등 일련의 태도가 어떤 배경에서 비롯된 것인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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