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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밖에 안보이나(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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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밖에 안보이나(장명수 칼럼)

입력
1996.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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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올림픽 열기가 가장 뜨거운 나라는 어디일까.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애틀랜타를 제외하고, 올림픽에 가장 열을 올리는 나라는 한국이 아닐까. 신문 방송들은 연일 올림픽 기사로 흥분하고, 직장인들은 밤새워 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느라고 회사에 나가서는 꾸벅꾸벅 졸고, 유치원 아이들까지 매일 우리가 딴 메달 헤아리기에 바쁘고, 온나라가 올림픽으로 들떠 있다.88년에 서울에서 올림픽을 치른 경험이 생생하고, 올림픽에서 5위 이내를 목표로 할만큼 스포츠 강국이 되었으니,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것은 당연하다고 말할수도 있다. 그러나 관심이 오직 금메달에만 쏠려 있고, 천박한 실적주의가 올림픽 열기를 주도하고 있다면 큰 문제다.

그런 분위기가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태도에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승리를 목표로 오랜 시간 고된 훈련을 견디며 자기자신과 싸워온 선수들이 경기에서 패했을때 실망이 얼마나 클것인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24일 준결승전에서 패하여 동메달을 따는데 그친 한 유도 선수의 매너는 보는이들을 낯 뜨겁게 했다.

강적인 일본선수와의 대결에서 경기가 잘 안 풀려 초조해진 그는 정위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라는 심판의 주의를 몇차례나 무시했고, 경기에 패하자 악수를 청하는 상대선수를 외면하고, 심판과 관중에게 인사조차 안 한채 퇴장했다. 패배한후 울부짖는 그의 표정에는 금메달을 놓친 원통함이 가득했다. 그는 경기에 지고 매너에 졌는데, 매너에 짐으로써 씻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한국은 경제 발전의 과정에서 거칠고 공격적인 이미지를 세계에 남겼다. 경제발전으로 세계를 여행할수 있게 되자 무질서, 향락, 몬도가네식 정력식품 탐닉으로 추악하고 야만적이라는 악명을 날리고 있다. 이제 스포츠 무대에서까지 부정적인 인상을 남기지 않을지 겁난다. 스포츠 정신이 아니라 메달에 대한 집착으로 무장한 메달 사냥꾼, 은이나 동에는 관심이 없고 금만 따려는 이상한 코리안이란 인상을 남길까봐 걱정하는 것은 노파심일까.

GNP 올라가는 재미로 살던 시절 한국인들은 다른 나라를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으로 GNP를 꼽았고, GNP가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눈 아래로 보는 습관이 있었다. 혹시 우리는 요즘 금메달 숫자가 우리보다 적은 나라들을 내려다 보고 있는게 아닐까. 그런 자세로 올림픽에서 상위권에 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세계적인 웃음거리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게 아닐까.

스포츠 정신에 관심이 없는 스포츠 열기를 경계해야 한다. 그것은 승부욕, 공격성, 폭력성의 표출이지 스포츠열이 아니다. 한 유도선수의 무례함을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을것이나, 그런 일이 일어날수 있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음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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