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DOC·룰라 등 섬뜩·거친 비속어 그대로 사용/“세태풍자” 명분불구 폭력·성욕·절망감 표현 등 황량<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의 이 영롱한 노랫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가사는 가락에 얹히는 시」라는 게 우리의 오랜 통념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노랫말들은 언어폭력에 가깝다. 거칠고 섬뜩한 말들이 너무 많다. 긴>
<…맨날 맞고 다녔어 맨날 얻어 터졌어/ 아버지한테 맞고 형한테도 맞고/…비오는 날도 먼지 나게 맞았어/ 나만큼 맞아본 놈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
최근 그룹 「DJ DOC」이 내놓은 「여름이야기」앨범에 들어있는 「깡패들의 천국」의 가사이다. 세태를 풍자한다지만 조야하고 황량하다. 여자친구가 깡패를 대신 때려주었다는 부분에서는 <…할퀴고 꼬집고 머리카락 뜯어버렸어/ 중요한 부분도 거의 작살이 나 버렸어…>라고 비어까지 마구 사용하고 있다.
KBS가 방송부적절 판정을 내린 「룰라」의 「일상성」은 성도착적 상상력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막연히 떠오르는 망상들을 노래하는 내용인데 <…그 더러운 더러운 그 화면들이야말로 나의 하루에 낙이어라…>고 의도적으로 지저분한 장면을 연상시키고 있다. 이 노래는 이어 <…항상 너를…하루에 몇번씩이나 갖게 된다…>며 본래 의도했던 것 같은, 성적인 상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그룹의 다른 노래 「아자」도 『프리 섹스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같은 방송에서 동일한 판정을 받았다. 그 가사는 <…한 사람을 사랑할 준비가 안돼 있어 기대하지마 날/ 내 생각에 맞는 사람이 온다면 조건없이 나를 줄 수 있어 날 가져봐…>등이다. 변진섭의 7집 앨범 수록곡 「364」도 성폭행당한 애인을 위로하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조금 다친 거라고 생각할 순 없겠니>등의 경박한 표현을 쓰고 있다.
은퇴 후 6개월만에 나온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노랫말도 자극적이다. 어른들의 위선을 꼬집으며 <…모든 삶을 포기하는 소리를/ 이 세상이 모두 미쳐버릴 일이 벌어질 것 같네…>등 대책없이 절망과 일탈을 부추기고 있다.
노래가사가 폭력적이고 원색적으로 흐른 것은 90년대초 미국 흑인 랩을 수용하는 과정에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공연윤리위원회의 가요 사전심의제가 폐지되면서 이런 경향이 더 크게 드러나는 데 문제가 있다. 가수들은 자신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느끼면서 보다 절제된 자세로 표현의 자유를 향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단체들이 좋은 노랫말을 육성하고 저질가사를 감시하기 위해 더 바빠져야 할 때가 온 듯하다.<김경희 기자>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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