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포기 삶에 굴복한 30세” 그린 소설집「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서른 살은 온다./시큰거리는 치통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이제 새로 꿀 꿈이 없는 새들은/추억의 골고다로 날아가 뼈를 묻고…/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 시인 최승자씨의 시 「삼십 세」처럼 꿈을 버리고 삶에 굴복하는, 이상에서 현실로 건너가는 나이 서른 살의 체험을 담아낸 테마 소설집.
여기 실린 은희경 김소진 전경린 성석제 양순석 박상우 윤효씨등 30∼40대 작가 9명의 단편은 아련한 사랑에 대한 추억, 현실에 옥죄인 삶의 풍경을 개성적인 모습으로 보여준다. 차현숙 전경린 윤효씨등 여자소설가는 전업주부의 숨막히는 삶, 남편과 아이에 갇힌 여자의 황폐한 내면을 그렸다. 양순석씨는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며 삶에 뿌리 내리기 위해 힘겹게 보낸 삼십 대를 돌아 보는 중년여자를, 은희경씨는 언니에 비해 늘 주목받지 못했던 서른 살 여동생이 언니의 옛 사랑에 얽힌 사연을 알고서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이병천씨의 「서른, 예수의 나이」는 산사에서 하룻밤으로 끝나버린 덧없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며, 박상우 김소진씨는 순간이지만 지고한 사랑을 바라는 삼십 중반 남자의 심리와 희미한 옛사랑을 찾아가는 이혼남의 초상을 보여준다. 문학동네간·6,000원<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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