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대중음악에서의 창작자유를 제한해 왔던 사실상의 검열제도가 지난달 폐지되었다. 음반 사전심의제에 관한 법조항이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에서 「받을 수 있다」로 개정됨으로써 대중음악에 대한 외부심의기구 권력의 무제한적 개입이라는 일제시대 이래의 구습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그간 음반 사전심의제가 모호한 기준에 의해 운용됨으로써, 또 때로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악용되기까지 함으로써 대중음악인들의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하고 창작의욕을 꺾어온 측면이 없지 않음을 감안할 때, 이번 법개정은 우리 대중음악사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사건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환영할 만하다.
법개정의 실현을 위해 애써온 많은 관련인사들의 노고에 힘입어 이제 공은 대중음악계로 넘어온 셈이다. 이번 조치가 그 역사적인 선언적 의미를 넘어 실제로 대중음악의 발전을 위해 긍정적 결과를 낳기 위해서는 관련업계의 체계적 노력이 꼭 필요하다.
그간 사전심의제라는 방패 뒤에 엎드려 안주해 온 측면이 없지 않았다면 이제 과감히 구태를 벗어야 한다. 만일 사전심의제의 폐지가 걸러지지 않은 저질과 경계되지 않는 망동의 만연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개방의 대세앞에 취약한 우리 대중음악계가 청중의 외면을 면치 못하게 된다면 이는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사전심의제 폐지의 시대정신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이 제도가 가지고 있었던 본래적 의미의 긍정적 기능을 살릴 수 있는 관련업계의 자율적 협조체계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의 제한된 정보, 연예인이라는 화려한 이미지에 대한 대중의 취약성 등으로 인해 최종소비단계인 시장에서의 자율적 심의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음악의 제작 및 유통단계의 관련인사들에 의한 자율적 규제가 시급히 요청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대중음악계의 난맥상은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 한 예가 대중가요그룹 「룰라」의 컴백이다. 주로 10대 청소년들을 팬으로 확보하고 있는 이들은 불과 6개월전 일본가요의 표절시비에 휘말려 은퇴를 선언하였던 그룹이다.
우리 대중음악계에 해묵은 「관행」인 표절은 지적재산권의 침해라는 엄연한 「범죄」일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대중음악이 딛고 서야 할 토대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기부정적 행위이다. 이를 고려할 때, 대중음악계는 어떠한 형태로든 이에 대한 자율적 규제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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